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 대사전에 따르면 이야기는 ‘어떤 사물이나 사실, 현상에 대하여 일정한 줄거리를 가지고 하는 말이나 글’을 뜻한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줄거리’라는 단어다. 줄거리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군더더기를 다 떼어 버린 나머지의 골자(骨子)’라고 나와 있다. 즉, 이야기에는 어떤 뼈대(골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뼈대에 살(군더더기)을 붙이면 이야기가 완성된다. 철사로 뼈대를 세우고 찰흙으로 살을 붙여가며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을 만들던 초등학교 미술시간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그렇게 조형물을 만들거나 건물을 짓는 것처럼 어떤 일을 뼈대에 살을 붙여가며 말이나 글로 전하면 그것이 이야기란 소린데, 이때 이 뼈대는 과연 무엇일까?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보자.
흥부놀부 이야기의 경우 기본적인 뼈대는 '가난하지만 덕을 베푸는 마음 착한 사람은 언젠가 복을 받고, 부자인데도 욕심만 계속 부리는 사람은 결국 벌을 받게 된다'라는 소위 권선징악의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사람 몸의 뼈대나 건축물의 뼈대가 일정한 관계와 순서에 따라 서로 맞물려 있듯이, 흥부놀부 이야기의 뼈대도 권선징악이라는 척추뼈를 중심으로 다른 여러 가지 뼈대(사건)가 맞물려 전체적인 하나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생물의 뼈가 어떤 형태로 조립되느냐에 따라 어류가 될 수도, 양서류가 될 수도 포유류가 될 수도 있다면 이야기도 뼈대의 구조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선형적인 민담이 되거나 복선과 반전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대적 추리소설이 될 수 있다. 이때 이야기의 뼈대가 놓이는 순서, 또 그렇게 놓인 뼈들이 이루는 구조를 ‘서사’ 혹은 ‘플롯’이라고 부른다.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지거나 따분하고 뻔한 것이 되게 만드는, 이야기의 설계도를 그리는 기술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이야기 그리기, 서사
우리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말이 있다. 서 말까진 아니지만 하나의 이야기도 여러 개의 작은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들을 잘 엮어야 보배로운 이야기가 된다. 만약 두서없이 잘못 나열하면 이야기도 뒤죽박죽이 되어버린다. 이 사건이라는 이름의 구슬들을 하나로 꿰는 것이 바로 서사다.
한국 현대문학 대사전에 따르면 서사(敍事)는 본래 '어떤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글의 양식'을 뜻하지만 문학에서의 서사는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허구적(虛構的) 서사'를 포함한다. 또, 문학비평 용어 사전에서는 '어떤 사건이나 사건들의 연쇄를 이야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글쓰기'로 정의 내려지고 있다.
이상을 종합해보면 서사란 현실이나 상상 속의 사건을 이야기하려고 쓴 글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런데 이런 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건에 관한 것이니 거기엔 당연히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의 변화가 있을 테고, 그런 흐름과 변화에는 맥락, 즉 관계나 연관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맥락이 닿지 않을 경우 흐름과 변화 속에 담긴 내용이 파악되기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러 난해한 글을 쓰는 예외적 상황이 아니라면 서사는 이야기라는 최종 목적을 위해 시·공간 또는 사건의 순서를 서로 맥락에 맞게 배치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배치하는 것이 좋을까? 어떻게 해야 이야기의 흐름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면서도 내용이 분명하게 전달될까? 그것도 이왕이면 흥미진진하게?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에 위해서 우리는 서사의 구성 방식 즉, 스토리텔링의 기교를 알아야 한다.
플롯은 눈에 보이는 사건이고,
스토리는 그 이면의 상황이다.
- 닐 랜다우·애튜 프레더릭, 「영화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중에서
서사의 재구성, 플롯
영화나 드리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플롯이라는 용어를 종종 마주하게 된다. 그럼 플롯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또, 스토리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누구나 한 번쯤 책이나 영화를 보고 내용을 정리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때, 소설이나 영화의 전체 내용에서 군더더기를 뺀 뼈대를 줄거리, 영어로는 스토리(story)라고 부른다.
한편, 우리말의 구성에 해당하는 플롯은 구체적인 개별 사건을 배치해놓은 것으로 스토리를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종종 시간 순서를 뒤바꿔 놓기도 한다. 예를 들어보자.
한 남자가 빌딩에서 뛰어내리려고 한다. 그의 손에는 ‘넘버 7’이라고 적힌 마권 쥐어져있다. 남자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두 눈을 감는다. 정확히 1주일 전, 그는 지하철에서 졸다가 꿈속에서 거대한 숫자 7을 본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옆자리에 앉은 노인이 보고 있던 경마 일정표를 보게 된다. 그런데 7월 7일에 ‘넘버 7’이라는 경주마가 달리는 것이 아닌가! 이 모두가 신의 계시라고 생각한 남자의 몸은 어느새 경마장으로 가있다. 그리고 ‘넘버 7’이라는 이름의 말에 모든 돈을 다 건다. 그럼 이 돈은 어디서 난 걸까? 다시 시간은 며칠 전으로 돌아가 남자는 회사 공금을 몰래 은행에서 인출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경마장. ‘넘버 7’은 7위로 결승점에 들어오고 남자는 모든 돈을 잃고 만다.
이상을 줄거리만 간단히 정리해본다면 개꿈을 꾼 남자가 회사 돈으로 경마 도박을 했다가 모든 것을 잃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는 스토리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내용만 전달될 뿐 재미가 느껴지진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듣는 사람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빌딩에서 몸을 던지려는 남자의 모습을 먼저 보여준다. 그리고 그가 왜 이 상황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플래시백이라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기법을 이용해 차차로 드러낸다. 이처럼 사건을 재구성해 전체적인 서사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것을 플롯이라고 부른다. 스토리텔링의 기교는 이러한 플롯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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