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빛에 관한 매혹적인 이야기

구름산신작가 2021. 8. 2. 13:01
반응형

 

어느 왕국에 세 아들을 둔 왕이 임종을 맞고 있었다.

 

그는 유복하게 자라 부족함이라고는 모르는 왕자들에게 자신의 왕국을 물려줄 생각을 하니 눈을 감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왕은 세 왕자들에게 각각 동전 한 닢을 주고 다음과 같은 문제를 냈다. 

 

"이 동전을 들고 거리로 나가 이 방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것을 사 오도록 해라."

 

지엄하신 선왕의 명령인지라 일단 왕자들은 동전을 손에 쥐고 궁 밖으로 나왔지만 난감할 뿐이었다.

 

"형님, 아바마마꼐서 이 무슨 망발이시랍니까?"

"그러게 말이다. 빨리 나에게 왕국을 물려주신다는 마지막 칙서나 내리실 일이지 말이야."

 

첫째와 둘째 왕자는 투덜대며 손에 든 동전을 막내에게 주었다.

"옛다, 이거 다 네가 가져라. 우리들이야 곧 아버지의 왕국과 재산을 물려받을 터, 이 따위 동전이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이냐."

형님들이 건네 준 동전을 받아 든 막내 왕자는 터덜터덜 시장 골목으로 향했다. 그러다 길에서 구걸을 하는 소경 걸인을 만났다. 왕자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에게 형님들의  동전을 주었다.  

"감사합니다. 고귀하신 분이시여!"

이 말에 왕자는 흥미로운 듯 물었다.

"너는 앞을 보지 못하는데 내가 귀한지 천한지 어찌 안단 말이냐?"

그러자 소경이 빙그레 웃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그야 저를 불쌍히 여겨주시니 드리는 말입죠. 날 때부터 소경인 제가 무엇이 귀하고 무엇이 천한지 알게 뭐랍니까? 오직 저에게 행한 행위만으로 판단할 밖에요."

소경의 말에 왕자는 잠시 멈춰 서 있다가 갑자기 시장을 향해 내달렸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다시 세 왕자를 불러들인 왕은 자신이 내준 문제를 풀었는지 왕자들에게 물었다.

"그래, 동전 한 닢으로 너희들은 이 방을 채울 물건을 사 왔느냐?"

첫째와 둘째 왕자는 서로 얼굴만 쳐다본 채 묵묵부답이었다. 이때 막내 왕자가 품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제가 여기 사 왔습니다, 아바마마."

그것은 초 한 개였다. 그것을 본 왕은 빙그레 미소 지으며 방의 모든 불빛을 다 막으라고 명하고 막내 왕자가 사 온 초에 불을 켜라고 명했다. 곧, 어둠에 쌓인 방에 조용한 촛불 한 개가 비치고 방은 아늑한 분위기가 되었다.

"이제야 눈이 좀 덜 부시는구나. 이제 마지막 시간을 맞이하기에 알맞게 되었다. 자, 이제 유언을 내릴 터이니 밖에 있는 대신들을 들라고 해라."

이윽고, 왕의 침실 곁으로 유언의 증인이 될 대신들이 모여들자 왕은 막내 왕자에게 왕국의 모든 것을 물려준다는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뒀다. 두 형들은 분했지만 이미 대신들이 다 왕의 유언을 들은 터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왕국을 물려받은 막내 왕자는 이후 측근과 신하들은 물론 왕국의 모든 사람들을 아무런 편견 없이 대하며 오직 그들의 행실이 왕국에 보탬이 되는지 아니면 해가 되는지 만을 따져 통치하니 나라 전체가 굳건해져 오래도록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