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시나리오·웹소설 쓰는법: 장면이란 무엇인가?

구름산신작가 2021. 4. 1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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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생각하지 말자고요. 장면이란 흘러가는 시간이나 연속적인 공간에서 어떤 특정한 부분을 말해요. 우리가 '장면'이라고 하면 딱 한 컷의 스틸 사진 같은 걸 생각하기 쉽지만 반드시 그런 정지 화면 같은 것일 필요는 없고요. 그냥 A~B 사이의 구간이어도 괜찮아요. 단, 무엇을 기준으로 해당 구간을 나눌 것인지가 중요하죠. 또 그 구간에 무엇을 채워 넣을 것인지도 중요해요. 그럼 그 이야기를 해봅시다.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의미가 있다.'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데요, 스토리텔링에서는 진리입니다. 의미도, 기능도 없다면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말로 전하는 이야기나 글로 전하는 이야기나, 동영상으로 전하는 이야기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말보다는 글로 쓸 때, 글보다는 동영상으로 제작할 때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거겠죠. 물론 말이라도 친구끼리 그냥 수다를 떠는 것이 아니라 청중들로부터 돈을 받고 하는 말이면 상황은 또 달라질 테고요. 그러니까 돈을 받고 하는 이야기, 제작 단가가 높은 이야기일수록 가성비가 낮은 장면은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그런 건 다 '편집'되고 말죠. 안 그러면 욕먹어요. 

 

그렇다면 이제 '장면'이라는 것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 수 있으며 각각의 장면에는 무엇이 채워져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죠. 의미와 기능이 있어야 되는 거예요. 그리고 각각의 의미와 기능에 따라 장면의 구간이 나눠지는 거고요. 그렇다고 모든 장면에 담긴 의미와 기능이 다 제각각인 건 아니에요. 어떤 공통점이 있죠. 그게 뭐냐. 바로 '갈등'이에요. 물론 그렇다고 모든 장면에 100 퍼센트 다 갈등이 있는 건 아니고요, 단순히 장면과 장면을 이어 주기 위한 기능만을 하는 장면도 있어요. 

 

왜 의미를 부여하는데 갈등이 필요할까요? 답은 간단해요. 의미의 또 다른 말이 가치이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그 가치를 알아보려면 가치관이 있어야겠죠. 누구의 가치관? 물론 시나리오 작가가 감독의 가치관, 혹은 원작 소설가의 가치관이겠지만 일단 우리는 등장인물, 특히 주인공의 가치관을 통해서 영화 속 세계를 봐요. 그러니까 등장인물과 주인공의 가치관을 아는 게 중요한 거죠. 그걸 알아차리려면 변화가 있어야 해요. 가치관의 변화. A에서 B로 이동하는 가치관의 변화 말이죠. 그런데 가치관의 변화라는 건 그냥 있을 땐 일어나지 않아요. 어떤 압박이 있어야죠. 그 압박을 주는 게 뭐냐? 그게 바로 갈등인 거예요. 

 

그런 말 있잖아요. 사람은 겪어봐야 안다고. 좋을 땐 다 좋은 사람들뿐이라고. 그렇죠? 이 말은 뭔가 어려움이나 갈등이 있어야 그 사람의 진면목이 드러난다는 거죠. 나 자신이나 남이나 다 마찬가지로요. 스토리텔링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주인공에게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던져주고 - 비록 내가 써 내려가는 이야기이지만 -그/그녀가 어떤 선택을 내리는 과정에서 등장인물도, 독자나 시청자·관객들도 어떤 가치관의 변화를 겪게 되는 거예요. 좋은 쪽으로든 아니면 나쁜 쪽으로든. 이런 변화는 주인공과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만들고 '나라면 어땠을까'하는 각성효과를 가져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무엇인가 얻게 되는 것이죠. 그 얻는 것이 꼭 교훈적일 것까지는 없어요. 다만 그래도 뭔가 이야기를 듣기 전과 듣고 난 후에 변화가 있는 게 좋겠죠. 들어도 그만, 안 들어도 그만인 이야기는 굳이 들을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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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이제 정리해볼까요? 스토리텔링에서 장면이란,

 

의미가 담긴 시공간 흐름의 단위, 의미를 담기 위해서는 가치관의 변화가 필요, 가치관이 변화를 겪기 위해서는 갈등과 선택 옵션이 주어져야 한다. 

 

의미 >> 가치관(의 변화) >> 갈등(사건)과 선택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아직 남은 게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아까 위에서 모든 장면이 의미를 담지는 않는다, 물론 그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기능적인 장면도 있다고 말한 거 기억나죠? 요거 하나만 추가로 설명하고 끝낼게요. 

 

기능적 장면은 결론부터 말하면 '해설'을 위해서 있는 거예요. 무엇에 대한 해설일까요? 시나리오나 소설에는 설명할게 수두룩하죠. 주인공과 다른 등장인물들, 그들의 관계, 그들이 처한 상황, 그리고 전체 이야기의 배경 등등. 하지만 어리숙한 작가는 해설을 한다고 정말 해설만 해요. 그 장면이 존재하는 이유가 오직 해설뿐인 거죠.

 

예를 들어볼까요? 주인공이 멋진 차를 타고 나타나요. 이 장면을 재미없게 만드는 방법이 뭔지 아세요? 그 장면을 길게 잡는 거예요. 얼마나 그 차가 멋진 차인지 한참을 보여주는 거죠. 물론 작가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엄청나게 비싼 차를 능숙하게 운전하는 주인공을 보여주면 그/그녀가 얼마나 부자인지, 얼마나 그 부에 익숙한지를 보여줄 수 있어.'라고. 그러면서 그 차가 비싸다는 것을 - 특히 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알 수 있게끔 - 계기판부터 시작해서 한참동은 정말 구석구석까지 보여주는 거예요. 이게 바로 망하는 지름길인 거죠. 정보를 주는 해설 장면이라고 해서 정말 오직 해설만으로 장면을 다 채우면 그게 바로 후진 영화의 전형이 되는 거예요. 그런 방식이 아니라 불법 로드 레이싱에 갑자기 주인공이 나타나면 어떨까요? 엄청나게 비싼 차를 타고 말이에요. 그리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주를 펼치면서 그 차의 멋진 계기판과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는 거예요. 장면이 늘어질 틈이 없겠죠?

 

의미적 장면으로 모든 장면이 꽉 차면 흔히 말하는 의미의 과잉, 즉 너무 많은 이야기가 담기게 돼요. 그래서 기능적인 장면도 필요하죠. 하지만 기능적인 장면이 또 너무 많으면 그건 스토리텔링이 아니라 그냥 설명서가 되는 거예요. 아주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로 사람들은 설명서를 재미로 읽진 않겠죠?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이라는 명작 소설을 보면 설명서가 얼마나 문학적일 수 있는지 잘 나오긴 합니다만.)

 

자, 오늘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에요. 장면에 관한 설명은 여기까지입니다. 의미적 장면과 기능적 장면을 어떻게 혼합할 것이냐, 그 환상의 레시피 조합은 상황에 따라 다르고 작가의 개성에 따라 달라요. 같은 요리도 셰프에 따라 다 맛이 다르겠죠? 하지만 훌륭한 셰프라면 각자의 방식으로 다 맛있을 테고요. 스토리텔링과 스토리텔러의 관계도 마찬가지랍니다. 그럼 멋진 이야기, 잘 요리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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