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시민 교육 기관의 한심스러운 강좌 심사 과정

구름산신작가 2023. 12. 7. 21:50
반응형

오늘은 'ㅇㅇ시 ㅇㅇㅇㅇ센터'에서 내년도 개설 강좌에 대한 심사가 있었던 날이었습니다.

 

이번 심사는 이전에 없던 것으로 이 시점에 왜 갑자기 도입된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만, 어쨌든 저의 SNS 글쓰기 관련 강좌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습니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은 어디 교수였는데, 바로 이 사람이 오늘 에피소드의 문제적 인물입니다.  

 

꼰대의 정석

 

저는 최근에 모 지역의 기자단으로 지원해 선정되었습니다. 사실 20대에 이미 해외에서 방송, 그것도 뉴스 앵커로 일했던 경험이 있던 제가 이제 와서 지역 시민 기자 활동에 참여한 이유는 '현재 가르치는 과목의 수강생 분들에게 최신 동향과 현장 지식을 전달하겠다'라는 취지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참치로 유명한 대기업에서 이사까지 지낸 사람이 어촌으로 귀촌을 준비하는 시민들을 위해 강의를 하게 되었다고 칩시다. 그래서 나이가 있어 차마 배를 직접 타는 어업 활동은 못하지만 항구 근처의 수산물 경매 시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자원해서 나선, 뭐 그런 거죠.

 

그런데, 제가 시민 기자단 이야기를 꺼낸 것이 트집 잡힐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 어디 교수라는 분이 "아니, 그 기관의 자문 위원을 하실 분이 일반 기자단 활동을 하시게 된 걸 가지고 뭘 그렇게 부각해서 말을 하세요?"라고 하는 겁니다. 

 

어이가 없었죠. 그럼 어촌으로 귀촌하시려는 분들을 가르친다면서 수협 중앙회 자문 위원 자리를 해야 합니까? 그 자리를 하게 되면 어촌에서 이제 막 처음으로 고기잡이를 하시려는 분들께 뭘 가르쳐 줍니까? 

 

오히려 혼자 집 짓기를 한 학기에 한 5만 원 내고 배우시려는 일반 시민 또는 서민 분들을 위해 직접 집짓기 현장에서 노동을 해보려는 건축가가 있다면 매우 훌륭한 거 아닌가요?

 

728x90

 

저도 나이를 꽤나 먹었지만 여전히 다른 분들에게 최신 지식과 동향, 그리고 실전에 필요한 노하우를 가르쳐 드릴 수 있는 것은 늘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1차 경험을 마다하지 않고 해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교수님은 저보다도 더 나이가 있으셔 보이던데, 도대체 어떤 분이시길래 최신 SNS 플랫폼을 소개하고 알고리즘을 파악해 콘텐츠를 작성하는 제 강좌를 심사하러 오신 걸까요? 그분의 머릿속에는 오직 '높은 자리 차지하는 것' 외엔 다른 생각이 없는 것일까요?

 

이런 말도 안 되는 사람들이 저를 포함한 다른 강사들을 심사한다는 사실에 큰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대학 강사를 그만하게 된 것도, 언젠가부터 강사 뽑으면서 심사는 교수 임용 못지않게 하면서부터였습니다. 대학 1학년이 듣는 기초 교양 과목 강의를, 그것도 한 시간에 단 몇 만 원 받고 하면서 영어 강의가 가능한지 시강까지 해야 합니까? 참고로 저는 영어권 국가에서 모든 고등 교육을 다 마쳤고 또 직장 생활까지 했기 때문에 영어 강의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강사를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전공과목의 대학 강사 대신 유명 영어 학원에서 한동안 일을 했는데, 인생 첫 강사료가 대학 강사료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습니다. 민사고, 외고, 특목고 전담 강사로, 특히 민사고 준비반은 전체 수업을 영어로 지도했으니까요. 

 

 

나이가 들면서 그냥 소소하게, 돈보다 보람도 느끼고 사람과의 좋은 인연도 맺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민 교육 기관 몇 곳에서 강의를 다시 시작했습니다만, 사실 온라인을 통해 1:1 글쓰기 지도를 해주는 쪽이 수익이 훨씬 높습니다. 

 

아무튼 제가 기관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대체로 기관에는 '이상한 중간 업자'들이 끼어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디서 모아 왔는지 모르는 심사위원들 말이죠. 그들의 완장질 덕분에 괜찮은 분들은 기관에 오래 머물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조직이 망가지는 대표적인 이유입니다.  

 

사실 다른 에피소드가 하나 더 있는데, 오늘은 이쯤에서 마칠까 합니다. 세상에 변치 말아야 할 것들은 깡그리 사라져 가고, 제발 좀 변했으면 싶은 것들은 어쩌면 이렇게 철갑을 두른 백두산 소나무보다 더한, 티타늄을 두른 시멘트 전봇대처럼 오래가는지 참으로 한심스러울 따름입니다.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