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는 수능 공부를 다시 하는 것이다. 지난 1년간 나는 수능 공부를 제대로 했던 것일까? 앞으로의 1년, 지나간 나를 돌아보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자.
1. 유명 강사가 능사는 아니다.
기본자세는 독학이다. 그 독학을 도와주는 게 바로 강사다. 족집게 무당 찾아다니는 행동은 이제 그만. 누가 내 인생을 도와주랴. 명강사 찾아다니는 거 나쁜 게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교재를 잘 고르자. 명강사가 쓴 교재면 되지 않냐고? 확률은 반반이다. 강사를 전적으로 믿겠다면 그렇게 하라. 그러나 내 인생 내가 책임지는 거라고 생각한다면 교재도 내 주관대로 고르는 게 맞다.
2. 엄청난 동기부여를 찾지 마라
'카이지'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작심삼일이 되려면 그렇게 된다. 대단한 동기부여는 그만큼 쉽게 사라질 수 있다. 공부는 태도요, 태도는 습관이다. 작은 습관을 모아간다는 생각으로 공부에 임해야 한다. 거기엔 어떤 동기부여도 필요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화장실 가서 소변보듯, 공부는 작은 습관들로 이루어진다.
3. 예상문제에 목숨 걸지 마라.
시험은 실력이다. 실력이 쌓이고 예상도 있는 거다. 타이슨의 그 유명한 말을 떠올려 보자. "누구나 링에 오르기 전, 그럴싸한 계획이 있지..." 하지만 어떻게 되나. 타이슨 펀치 예측하면 뭐 하나. 스치기만 해도 기절인데. 덜 맞고 많이 때리거나 결정적인 약점을 맞추면 이기는 복싱. 시험도 마찬가지다. 많이 알고 실수를 줄이면 성적은 오른다. 예상, 적중, 이런 거만 기초도 없이 따라다녀봐야 어차피 조금만 다르게 출제돼도 다 틀린다. 대한민국 시험의 기본은 '맞추세요'가 아니라 '틀려라'이다. 왜? 그래야 소위 말하는 변별력이 생기니까. 이 사실을 잊지 마라.
4. 반드시 교재는 다 끝낸다.
예전부터 유명한 사실이 있다. 영문법 책의 측면을 보면 손때가 묻어 새카만 부분. 앞쪽 세 챕터. 영문법 교재만이 아니라 전부 다 이런 식이라면 수능은커녕 아무것도 못한다. 작심 세 챕터. 이러다 불안하면 교재를 바꾼다. 핵심요약 뭐 이런 것으로. 요즘은 시대에 발맞춰 교재가 아닌 인강 가지고도 요런 짓을 한다. 그러다 세월 다 간다. 시작하면 끝을 보라. 그게 공부다.
5. 집안 대소사에 신경 좀 꺼라.
온갖 집안 행사에 다 참여하는 고1이라도 황당한데 하물며 재수생이 그런다면 그건 대학생이 되고 싶은 게 아니라 마을 청년회장이 되고 싶은 거다. 그런데 마을 청년 회장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세계 1, 2위를 다투는 초고학력 사회인 대한민국 아닌가.
친구가 불러도 '중요한 일이라 가봐야 돼', 친척이 모이자고 해도 '부모님이랑 가봐야 돼'. 그러다 대학 빼고 다 간다. 부모님과 동생, 그리고 친척들이 초호화 유람선 타고 1주간 유럽으로 여행을 간다고 해도 나는 혼자 집에서 라면 끓어 먹으며 문제 풀고,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먹으면서 학원 다니는 게 더 마음 편하고 좋다고 생각할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런데 사실 그런 유람선 여행 다니는 집안이 몇이나 있으랴. 근데 웃긴 건 주말 캠핑도 다 따라다닌 다는 거.)
6. 언어영역은 독해력 중심으로
빠르게 읽고 정확히 내용을 파악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 언어영역의 핵심. 문제는 공부한 만큼 바로바로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분명히 실력이 늘긴 는다. 계단식으로. 그런데 그 계단이 오기 전에 포기하는 게 문제. 1시간 공부하면 1시간 만큼 실력이 늘고 1주 공부하면 또 그만큼 실력이 는다면 누가 공부를 못하겠나. 마치 1시간 주식차트 들여다보면 그만큼, 1주 차트 들여다보면 또 그만큼 돈이 벌린다고 한다면 세상 누구든 다 열심히 남이 안 시켜도 죽어라 주식 차트 들여다볼 거랑 마찬가지다. 방울토마토 하나를 심어도 몇 달이 걸려야 결실을 보는데 한두 달 공부했다고 실력이 팍팍 늘까? 만약 그걸 담보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기꾼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오직 훈련, 훈련, 훈련뿐이다. 그 훈련을 설계하라.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그리고 훈련은 일단 훈련의 양이 중요하다. 하루 15분 운동하고 복근 생기길 바라진 않을 터. 기본 문제집, 모의고사, EBS를 포함한 주요 출판사 교재, 유형 문제 풀이 등등 닥치는 대로 많이 풀고 문제를 많이 만나봐야 한다.
7. 수리영역은 계산과 방어다.
어려운 문제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아는 문제는 틀리지 말아야 한다. 모든 부분이 그렇지만 특히 수리영역은 이게 중요하다. 왜? 알고도 틀리니까. 어디서? 계산에서. 따라서 수리영역은 일단 계산의 속도와 정확성이 담보되어야만 한다. 계산은 칼과 같다. 전쟁터의 장수든, 주방의 요리사든 제대로 빠르게 다루지 못하면 자신이 상처를 입는다. 정확하고 빠른 두 가지 모두가 중요하다. 이 영원한 반복학습이 정말 신물이 날 정도로 장착되어야 하는 게 바로 계산 실력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쉽게 꿇지 말라는 것. 처음 만나는 문제는 도저히 어떻게 하는 건지 고민스럽게 마련이다. 하지만 똑같이 풀이를 보게 되더라도 고민을 죽어라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향후 실력에서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왜? 수리 영역은 사고 훈련이고 사고는 생물학적으로도 고민에 의해 뉴런이 연결되면서 힘이 길러지니까. 예수님이나 부처님이 악마를 만날 때까지 죽을힘을 다해 금식을 하면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과연 '각성'이 이루어졌을까? 이 과정은 시간 낭비로 보일 수도 있고 나 스스로를 좌절 시킬 수도 있지만 몇 번 하다 보면 점차 그 시간이 짧아진다. 영원히 그만큼의 고민 시간이 걸리는 게 아니다. 그러니 이 고민의 시간을 낭비로 생각하지도 말고 좌절로 여겨서도 안 된다. 모르는 문제는 짧아도 20분, 최대 1시간 정도는 고민을 해야 한다. 그것도 아주 적극적으로.
8. 외국어 영역
일단 단어를 외워라. 제대로 하고 싶으면 2만 개. 아무리 못해도 12,000~16,000개. 믿지 못하겠지만 고3인데 5천 단어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생각보다 자신이 아는 단어 수는 상당히 적다. 물론 단어만 외운다고 다가 아니다. 그 단어가 어떤 문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야 한다. 보통 한 단어는 여러 가지 뜻을 갖는 경우가 많다. 수능에서는 이 여러 가지 뜻 중 하나가 쓰인다. 그런데 영어 못하는 학생들의 특징은:
- 첫째, 모르는 단어를 찾지 않는다.
- 둘째, 단어를 찾아도 한 가지 뜻만 본다.
- 셋째, 뜻을 봐도 예문을 안 본다.
이렇게 최대한 공부를 덜 하려고 노력한다면 아무 가망이 없다. 하나라도 더 찾아보고 알아보는 것의 정 반대되는 태도. 공부가 문제가 아니라 사회에서도 아무것도 제대로 못한다. 만약 단어를 완벽히 끝냈다면 그다음엔 영어로 된 기사를 최대한 많이 볼 필요가 있다. 영어로 정치, 사회, 경제, 과학에 관한 글을 읽고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부분에 대한 기초지식을 평소 독서로 준비해 놓으면 금상첨화. 우리말로도 평생 읽어본 적이 없는 수준의 글을 영어로 읽으면 이해가 될까. 의외로 세상이 요구하는 상식의 수준은 상당히 높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내가 어느 수준의 대학을 가든, 그곳에 가면 내가 아는 정도는 캠퍼스에서 아무나 붙들고 물어봐도 다 안다. 그곳이 서울대인지 아니면 이름 모를 어느 곳인지가 달라질 뿐. 어느 대학을 가든 그것은 '최소 내가 아는 건 다 아는 애들'이 모이는 장소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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