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애니

넷플릭스와 함께 불어닥친 한국 애니메이션의 위기

구름산신작가 2021. 5. 1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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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진하는 문화 사업 중 하나로 애니메이션 업계의 지원도 활발하다. 특히 TV 국내 애니메이션 방송률을 올리자는 제안은 애니메이션 산업을 더욱 활기차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업계는 정부 지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딜레마가 있으니, 방송사들이 기존의 국내 극장용 애니메이션 판권을 구입하거나 자체 애니메이션 재방송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이것이 훨씬 안정적이고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은 OEM이 주도해 왔고, 때문에 높은 수준의 그림을 그려도 계속 열악한 환경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큰 수익을 거두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것이 OEM의 한계다. 이 한계를 극복하려면 수주를 받아 그림만 그리는 것을 넘어서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창작하는 올인원 형태의 산업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해야 한다.

물론 그동안 이런 노력을 꾸준히 한 결과 TV 애니메이션 시장에서는 큰 성과가 있었다. 뽀통령이라고 불리는 뽀로로가 프랑스를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까지 큰 성과를 이뤄내면서 한류 콘텐츠 바람에 올라타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애니메이션을 접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이런 변화와 함께 재패니메이션의 쓰나미가 한류의 본진인 우리 안방, 우리 기억에서부터 밀어내고 있다. 만약 아이들과 청소년, 그리고 20대 중 누군가에게 지금 기억나는 10개의 애니메이션을 대보라고 한다면 어떤 것들이 나올까? 아마 재패니메이션이 절반은 차지할 것이다.

 

 

지난달 (2월) 한국 영화 산업의 성적표를 살펴보면 두 편의 해외 애니메이션이 극장가를 차지하고 있다. 하나는 두 달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는 디즈니의 '소울'.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제 페니 메이션인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2위를 기록한 '귀멸의 칼날'은 관객 수 69만 명, 매출액 67억 원을 기록했다. 일본에서도 이미 작년 10월에 개봉해 일본 역대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3월 14일 자로 116억 원(120만 명)의 누적 매출액을 기록했다.

 

'귀멸...'은 고토케 코요하루의 만화가 원작으로 근대화가 진행될 무렵인 20세기 초를 배경으로 삼은 판타지 액션물이다. 극장판은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에 화려한 액션과 뛰어난 연출을 입혀 흥행에 성공했다는 것이 평론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원작을 사랑하는 일본과 한국의 팬덤 덕도 톡톡히 보았다. 한편 이 작품의 시리즈물도 현재 넷플릭스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영화관과 안방극장 두 곳에서 모두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산 애니메이션은 이 카테고리에 있어 상대가 될만한 것이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시장이 무주공산인 상황에 진격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8일 국회의원 연구 단체 ‘국회 문화콘텐츠포럼(대표 의원 조승래, 연구책임의원 장경태)’은 넷플릭스 시대를 맞은 국내 OTT(Over The Top)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OTT 시대, 문화콘텐츠 경쟁력 강화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서는,

 

- 국내 OTT 업체의 대형화를 통한 아시아 시장 겨냥에 대한 필요성

- 국내 콘텐츠 업체의 아시아 OTT 콘텐츠 제작 허브로서의 역할

- 콘텐츠 공급능력 확충

- 작가 양성 및 스토리텔링의 강화

- OTT 한류의 확산 및 활용 및 정부 규제 이슈 등의 해소

 

가 논의됐다.

 

토론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다면 '업체의 대형화'와 '인재 발굴'로 압축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관심이 가는 분야는 작가 양성 및 스토리텔링 강화, 즉 인재 양성에 대한 부분이다.

 

'인재 양성'하면 교육과 공급 부분을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더 중요한 것은 토양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먹고 살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것도 어느 정도 넉넉한 수준이 되어야 한다. 일본의 아성이 대단한 것 같아도 사실 일본 역시 만화든 애니메이션이든 노동력 착취는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한 측면도 있다. 작가는 물론이고 유명 감독까지도 제작에 너무 시달려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빈번하다. 우리나라가 처음 일본의 OEM을 많이 하게 된 것 역시 인건비 때문이다. 도저히 일본에서는 어느 이상으로 인력을 가랑 넣을 수가 없었기에 상대적으로 임금이 한참 저렴한 한국을 택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두 나라가 거의 같은 선상에서 경쟁한다고 봐야 한다. 이러한 상황은 오히려 우리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예전 일본에게서 배운 나쁜 습성 - 인력을 갈아 넣는 - 을 버리고 인재와 그들의 재능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적 풍토가 마련된다면, 또 그에 합당한 금전적 여유를 보장하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한국 애니메이션은 음악과 드라마, 영화가 그러하듯 일본을 뒤로하고 앞서갈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다른 모든 지원 중에서 특히 원작이 되는 만화의 번역 서비스와, 현재 한류가 지배적인 동남아시아의 시장 개척을 위한 노력을 전폭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더 이상 국내 업체들을 영세한 수준으로 두어서는 안 된다. 단순한 금전적 지원뿐 아니라 전방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 '될 놈을 밀어주자'라는 식의 선별적 지원이 아닌, 뜻과 의지를 갖고 이 분야에 뛰어드는 젊고 신선한 업체에 대한 인큐베이팅 시스템도 더욱 확충되어야 한다.

 

나이가 들면 한 시절을 함께 했던 가수, 노래, 영화, 배우 등 문화콘텐츠 및 그것을 전달한 대중예술인들의 이름으로 기억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유독 어린 시절부터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한 분야를 전부 미국과 일본의 이름으로 기억하게 된다면 너무 아쉽지 않을까. 무슨 대단한 국가주의가 아니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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