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영화의 이해: 영상 제작을 위한 필수 용어 해설

구름산신작가 2021. 8. 3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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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 (Shot)

 

영화의 세계는 눈에 보이는 삶의 모습과 지극히 닮아 있다. 하지만 영화는 현실의 전체가 아니라 단지 스크린의 크기에 맞게 잘린 현실의 한 조각일 뿐이다. 영화에서 쇼트(shot)란 편집에서의 컷(cut)과는 약간의 변별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촬영 시 카메라가 찍기 시작하면서부터 멈출 때까지의 연속된 영상을 의미하는데, 바로 영화 표현의 가장 최소 단위로 볼 수 있다.

 

영화에서 기록되는 정보의 양은 기본적으로 그것이 어떠한 형태의 쇼트에 의해 그리고 어떠한 각도에 의해 찍혀졌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영화감독은 여러 경우의 수 중에서 어떤 쇼트를 배제하고 어떤 쇼트를 사용할 것인가를 결정하고 자신의 개성에 맞는 작품을 완성한다.

 

이렇듯 스크린의 세계가 항상 다른 세계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은 예술로서 영화의 기본적인 특성을 규정하고 있는데, 러시아의 초기 영화 이론가이자 감독인 레프 쿨레쇼프가 영화 제작에 관한 그의 저서 속에서, 영화 필름의 가로, 세로 비율에 맞게 구멍을 낸 검은 종이를 통해 가상의 촬영 대상을 보면서 자신의 시각을 훈련할 것을 충고하고 있다는 점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쇼트의 경계는 종종 촬영된 하나의 에피소드가 감독에 의해서 다른 에피소드로 나누어지는 접합선이라고 정의되기도 하는데, 기본적으로 그것을 분류할 때에는 그 쇼트 내에서 지배적인 형태가 어떻게 나타나는가에 따라 그리고 그 쇼트가 얼마나 지속되는가에 따라 그 분류가 변할 수 있다. 쇼트는 대충 5개 정도로 분류할 수 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익스트림 롱 쇼트 (Extreme long shot)

광활한 평원 같은 것을 표현할 때 사용되는 쇼트로 상당히 먼거리에서 찍힌 쇼트를 의미한다. 대부분 야외 촬영에서 공간적인 준거의 틀로 사용되는데, 이런 이유에서 구축 쇼트 (establishing shot)라고 불기기도 한다. 만약 인물이 익스트림 롱 쇼트로 찍힐 경우 그들은 화면 위에 단지 점으로 나타날 것이다. 이 쇼트의 가장 효과적인 사용은 종종 서사적인 서부 영화, 사무라이 영화, 사극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데이비드 워크 그리피스나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존 포드, 구로자와 아끼라 같은 감독들이 자주 사용했다.

 

2) 롱 쇼트 (Long shot)

그 기준이 가장 애매한 쇼트로 인물을 포함한 배경, 즉 미장센(mise-en-scene)을 한꺼번에 표현하는데 적당한 쇼트이다. 일반적으로 연극에서 관객과 무대 사이의 거리에 해당된다. 롱 쇼트는 대부분 사실주의 영화감독이 좋아하는데, 그것은 사람의 몸 전체뿐 아니라 촬영 현장의 상당한 부분까지도 잡을 수 있어서 미장센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려는 감독들에게 이상적으로 부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3) 풀 쇼트 (Full shot)

간신히 인물의 전신을 잡은 쇼트로, 롱 쇼트의 범위 중 가장 피사체에 근접한 것이다. 코미디 영화의 대명사인 찰리 채플린은 이러한 풀 쇼트를 선호했는데, 그것은 무언극 (pantomime) 라는 예술에 가장 적합할 뿐만 아니라 적어도 다양한 얼굴 표정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피사체에 근접하기 때문이다.

 

4) 미디엄 쇼트 (Medium shot)

 

이것은 그 기준이 신체의 어느 부위인가에 따라 달라지는데, 무릎 위를 찍는 니 쇼트(knee shot), 허리 위를 찍는 웨이스트 쇼트(waist shot), 가슴 위를 찍는 체스트 쇼트(chest shot)가 그것이다. 일종의 기능성 쇼트로 해설 장면, 움직이는 장면, 그리고 대화 장면을 포착하는데 유용하다. 또한 클로즈 업과 그보다 먼 거리의 롱 쇼트를 이어주는 데도 쓰이며, 클로즈 업의 배경을 재확인하는 데도 쓰인다. 인물의 수에 따라 투 쇼트(two shot), 쓰리 쇼트(three shot) 등으로 나누어지기도 한다.

 

5) 클로즈 업 쇼트 (Close up shot)

비교적 작은 피사체나 사람의 얼굴을 찍은 것으로, 대상물의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상징적인 의미 작용을 하는 쇼트이다. 또한 이 쇼트는 감독이 관객의 감정을 영화 속으로 몰입시키는 데 적절한 표현법이기도 하다. 익스트림 클로즈 업(Extreme close up)은 이 클로즈 업 쇼트의 변형으로 얼굴 대신에 사람의 눈이나 입만을 보여주는 자세한 묘사를 위한 쇼트이다.

 


앵글 (Angle)

영화에 있어 앵글(angle)은 카메라로 대상물을 촬영할 때 유지하는 각도를 의미하는데, 이것은 선택된 소재에 대한 감독의 논평이 될 수 있다. 즉 앵글은 선택된 소재에 대한 감독의 태도, 표현 방식, 즉 작가들이 창작을 할 때에 형용사를 사용하는 것에 비견될 수 있는 것이다.

평범한 앵글은 화면의 감정 표현에 적합하며 극단적인 앵글은 영상의 핵심적인 의미를 잘 재현할 수 있다. 또한 하이 앵글(High angle)에서 촬영된 인물과 로우 앵글(Low angle)에서 촬영된 동일한 인물의 영상은 정반대 해석을 낳는다. 그래서 사실주의 감독들은 극단적인 앵글을 피하는 경향이 있으며, 대상물에 대한 가장 명확한 시야를 확보하려고 대부분 눈높이 앵글로 촬영한다.

그에 비해 표현주의 감독들은 대상물의 명확한 표현보다는 대상물의 본질을 가장 잘 포착하기를 원하며 극단적인 앵글로 촬영하여 사물을 왜곡되게 보이게 하므로서 더욱더 커다란 진실(상징적 진실)을 얻을 수 있다고 느낀다.

결국 사실주의 감독들은 카메라의 존재를 잊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표현주의 감독들은 카메라의 존재성을 관객들에게 환기시키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영화에는 기본적인 5가지 종류의 앵글이 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버즈 아이 뷰 (Bird's eye view)

 

이 앵글은 바로 머리 위에서 촬영하는 것이다. 실제 생활에서 우리는 이러한 각도에서 사물을 보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앵글로 촬영된 장면은 우리에게 낯설어 보이며 추상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카메라는 전능한 신(神)의 시각과 같이 돌아다니기 때문에 인간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게 되는데, 주로 ‘운명’이라는 주제를 취급하는 알프레드 히치콕이나 프리츠 랑 같은 감독들이 많이 사용했다.

 

2) 하이 앵글 (High angle)

 

하이 앵글은 우리의 시각에서 수평으로 바라보는 것보다 위에서 바라보는 앵글이다. 이것은 버즈 아이 뷰와 같이 극단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관객들이 그다지 전지전능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반드시 숙명이나 운명을 암시하지는 않지만 화면 속의 장치나 배경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인물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배경의 덫에 걸린 듯한 느낌을 줄 때 사용한다. 또한 이 앵글은 자기 비하를 나타낼 때 효과적이기도 하다.

 

3) 아이 레벨 앵글 (Eye level angle)

 

관찰자가 한 사물을 볼 때와 가장 유사한 앵글이며 가장 평범하다. 사실주의 감독들이 사물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를 피하게 하기 위해 많이 쓰는 앵글이지만, 사실 많은 극영화에서 사건의 서술시에 많이 사용하는 앵글이다. 하지만 반드시 서 있는 사람의 눈높이(150-180cm)에만 맞추는 것은 아니다. 유명한 일본 감독인 오즈 야스지로의 경우 일본 전통 가옥의 실내에서 주로 활동하는 높이인 120cm에 카메라를 놓고 아이 레벨 쇼트를 촬영했는데, 이것은 평범한 일본인의 실제 눈높이로 동양적인 아이 레벨 쇼트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로우 앵글과 구별되는 점은 비록 카메라는 사람의 서 있는 눈높이보다 아래에 와 있지만 카메라의 각도는 수평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4) 로우 앵글 (Low angle)

 

로우 앵글은 하이 앵글과 반대의 효과를 낳는데, 대상물의 높이는 증대되고 수직성을 나타내는데 유용하다. 또한 동작에 속도가 붙고 주위 환경이나 배경은 보통 왜소화되고 피사체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이렇게 밑에서 촬영된 인물은 불안감과 위압감을 느끼는 관객 위쪽에서 위협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공포감, 경외심, 존경심을 자아내게 한다. 특히 폭력 장면에서 로우 앵글은 그 혼란감을 잘 포착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이유로 구로자와 아끼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의 싸움 장면은 많은 부분이 이 앵글로 촬영되었다.

 

5) 사각 앵글 (Oblique angle)

 

이것은 카메라를 옆으로 비스듬히 기울인 앵글이다. 수평선은 기울어지고 사람은 옆으로 넘어갈 듯 비스듬하기 때문에 긴장, 변이, 긴박감 등을 암시한다. 사각 앵글은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는 않지만 폭력 장면 등에서 사용하면 효과적으로 긴장을 표현할 수 있기도 하다. 캐롤 리드 감독의 <제3의 사나이(1949)>는 영화 전반에 이 앵글을 사용하여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의 불길함을 암시하는데 효과적인 결과를 얻어냈다.

 

 

영화의 크기 (Size)

 

1. 화면 사이즈에 따른 분류

 

1) 표준 사이즈 영화


극장용 영화는 토마스 에디슨과 뤼미에르 형제의 발명 이래 35mm 너비의 필름이 쓰여왔으며 그 화면의 비율도 1.33 : 1 을 지켰었다. 토키 이후 사운드 트랙을 녹음하기 위하여 가로 너비가 좁아지고 정사각형에 가까운 화면이 된 때도 있었으나 오래지 않아서 세로의 수치를 줄여 원래의 1.33 : 1의 비율로 돌아와 오랫동안 표준 사이즈가 되어 있다. 지금은 와이드 스크린의 출현으로 사실상 표준 영사 사이즈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고 있는데, TV 브라운관의 사이즈가 바로 1.33 : 1의 표준 사이즈이다.

 

2) 와이드 스크린 영화

 

1950년대에 들어서서 텔레비젼 보급에 대항하기 위해 영화계는 와이드 스크린의 영사법을 개발, 새로운 단계를 맞이했다. 현재의 극장용 영화는 모두 와이드 스크린 영사용으로 제작되어 있다. 와이드 스크린의 영화는 한때 여러 가지 규격으로 나왔으나 현재에는 다음 방식으로 통일되었다.

 

① 시네마스코프 사이즈 : 35mm 표준 필름을 사용하는데, 화상(畵像)을 좌우로 2 : 1 로 압축하여 촬영하고 영사할 때는 이와 반대로 좌우를 2배 확대하는 아나모픽 렌즈를 사용해 화면 비율을 2.35 : 1로 한다. 이 방식은 프랑스의 앙리 크레티앙이 발명한 것으로 1953년 20세기 폭스사가 채용, <성의(聖衣)> 가 최초의 시네마스코프 영화로 공개한 이래 와이드 스크린 영화의 표준 사이즈로 세계적으로 보급되었다.

 

② 비스터비전 사이즈 : 1953년에 미국 파라마운트가 발표한 것으로 2 롤 분의 네가 사이즈로 촬영한 것을 그대로 1 롤 분으로 축소 프린트하여 대형 스크린 영사에 적합한 선명도 좋은 화면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영사에 아나모픽 렌즈가 필요 없으며, 화면의 가로 세로의 비는 1.85 : 1 내지 1.66 : 1이다.

 

3) 시네라마

 

미국의 발명가 프레드 윌러가 고안한 3대의 촬영기로 동시에 촬영한 필름을 3대의 영사기로 영사하는 시스템이다. 1952년에 발명되어 대형영화의 선구가 되었으나 1962년 이래 1대의 촬영기와 영사기를 사용하는 70mm 판으로 개량되었다. 만곡도(彎曲度)가 큰 스크린을 사용하는 것이 특색이고 화면의 가로 세로의 비는 2 : 1로 되어 있다.

 

4) 입체 영화

 

입체 영화의 기술은 오래전부터 개발되어 왔으나 좌우 눈의 시차를 이용하여 입체감을 준다는 원리는 변함이 없다. 1953년 폴라로이드 안경을 사용하는 입체 영화가 출현하여 한때 유행했으나 2대의 영사기를 동시에 돌리고 안경을 필요로 한다는 불편 때문에 오래가지는 못했다. 현재 특수 스크린과 영사 각도에 따른 안경이 필요없는 입체 영화를 계속 연구하고 있다.

 

2. 필름 사이즈에 따른 분류

 

1) 70mm 대형영화

 

1955년에 발표된 70mm 너비의 대형 필름을 사용하는 토드-AO (제1호 작 <오클라호마>) 이후 초(超) 와이드 스크린 시대를 개척한 시스템으로, 촬영할 때 아나모픽 렌즈를 사용하는 것 (울트라 파나 비전, MGM 카메라 65)과 사용하지 않는 것(토드-AO, 슈퍼 테크니라마, 파나비전 70) 이 있는데, 모두가 영사용 프린트는 70mm 대형 필름으로 아나모픽 렌즈를 사용치 않고 표준화되어 있다. 화면 비는 2 :1이다.

 

2) 35mm 영화

 

일반적인 영화 제작에 가장 널리 쓰이는 필름으로 주된 영화용 시스템 자체는 이 필름 크기에 맞추어져 있다. 35mm 영사는 수퍼16mm의 확대 작업과 35mm 필름의 작업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특히 슈퍼 35mm는 위에서 언급한 70mm 영화 작업을 위해 쓰인다.  

 

수퍼 35mm가 일반 35mm는 둘 다 필름의 폭은 같지만 일반 35mm가 쓰고 있는 사운드 영역을 슈퍼 35mm는 이미지 영역으로 사용하여 동일한 필름 양으로도 보다 넓은 영역의 이미지를 만들어내어 보다 선명한 화질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 소형 영화

 

소형영화는 널리 알려진 대로 8mm와 16mm가 있다. 종래에는 아마츄어용으로 밖에 사용되지 않았으나 광학계와 감광재료의 발달에 따라 프로페셔널 용도에 쓰이게 되었고, 특히 16mm는 TV 영화의 발달에 따라 많이 이용되고 있지만 8mm 영화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추세이다.

 

 

씬 (Scene)


1. 씬의 정의


'씬'은 영화의 최소 단위인 쇼트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데, 연극에서의 장(場)과 비슷한 개념이다. 시간과 장소의 연속에 의해서 정리되고 인식되기 쉬운 효과를 낳으며 이해되기 쉬운 '통사적 배열'에 의해서 하나의 씬은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하나의 씬에서 쇼트는 동질적인 공간 속에서 연속적으로 나타나며, 이 공간을 분할하는 것은 카메라의 위치 이동뿐이다.


어쨌든 씬이란 시간과 공간에 의해 통사적으로 배열된 쇼트들의 집합체로, 시퀀스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 파악할 수 있다.

 

2. 씬 구성의 예

 

① 고전적 편집의 씬

 

씬의 가장 일반적인 예로는 얘기하는 사람을 교대로 잡는 쇼트의 커트 백에 의한 연결로 구성된 고전적인 대화 씬이라든가, 알프레드 히치콕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에서 133개의 쇼트가 중심적인 등장인물의 보는 눈과 그가 본 것의 규칙적인 커트 백으로 거의 이루어진 비행기의 씬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시선의 일치, 움직임의 연결, 축에서의 카메라 이동을 통한 연결 등은 씬을 구성하는 고전적인 방식으로 대부분의 영화에서 법칙과도 같이 사용된다.

 

하지만 이러한 정형적인 씬 구성은 뮤직비디오의 영향을 받은 현대 영화 - 올리버 스톤의 <킬러> 같은 - 에 이르러 일부러 그것을 조직적으로 해체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② 변증법적 몽따쥬의 씬

 

씬의 구성은 러시아 몽타주 이론에 입각한 방법으로도 가능하다. 영화를 해석의 수단, 선전 선동의 수단으로 간주한 에이젠슈타인을 위시한 소비에트 학파에 의해 연구된 이 방식은 영화를 표상이라기보다는 분절된 담화로서 간주한다.


변증법적 몽타쥬는 바로 쇼트 A와 쇼트 B(정과 반)가 갖는 갈등은 AB가 아니라 새로운 전체 개념 C (합, synthesis)를 낳는다는 것인데, 고전적 편집의 단순한 내러티브 전개를 위한 '연결' 개념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내기 위해 서로 다른 쇼트들을 '병치'시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인간들을 사물들이나 다른 살아있는 형식들과 상징적으로 대비시킴으로서 의미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에이젠슈타인의 <파업>에서 소 도살자는 파업자들을 학살하는 자들과 상징적으로 대비시키고 <전함 포템킨>에서는 악덕 장교는 고기 위에 기생하는 구더기들과 대비시킨다.

 

이러한 씬 구성 방법은 이후 변형을 거쳐 현대 영화에서도 종종 사용되고 있다.

 

③ 쁠랑 세깡스 (One Scene-One Shot) 씬

 

씬은 하나의 쇼트로 이루어질 수도 있는데, '쁠랑 세깡스(plan-sequence : one scene-one shot)'는 전혀 중단되지 않는 씬 이상의 시간, 공간의 연속체이다. 이것은 한 번의 촬영으로 모든 것이 완결됨으로 편집이 필요 없지만, 실제의 작품 가운데에서는 쇼트의 길이, 공간의 깊이, 프레임에서의 등퇴장, 프레임 내의 이동과 카메라의 움직임을 이용한 동일 화면 내에서의 큰 의미로서의 몽타주라고 볼 수 있다.

 

오손 웰즈의 <악의 손길> 도입부라든가, 로버트 알트만의 <플레이어> 등에서 이런 씬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좀 극단적인 예이지만, 히치콕의 <로프>에는 이 쁠랑 세깡스의 복잡한 성격을 실험적으로 사용해 독특한 영화 미학을 표현하기도 했는데, 이 영화는 엄밀히 따지면 순간적인 분절 - 등장인물의 등 뒤를 스치는 사이 필름 롤이 바뀐다! - 을 동반하고 있어 완전한 의미의 쁠랑 세깡스 영화라고 볼 수는 없다.

 

 

시퀀스 (Sequence)

 

1. 시퀀스의 정의

 

'시퀀스'는 이른바 영화의 씬과 영화 작품 전체 사이에 자리 잡는다고 할 수 있는데, 영화의 전체 흐름 속에서 여러 개의 씬을 뭉쳐서 비교적 독립된 성격을 지닌 의미 단위를 말한다. 시퀀스는 독자적으로 그 의미를 완결시킬 수도 있지만, 한 편의 영화는 여러 개의 시퀀스를 상호보완적으로 구조화시켜 더 큰 의미를 이끌어냄으로써 완성되는 것이다.

 

시퀀스의 설정은 영화적 영상의 중요한 특성의 하나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영화적 또는 서술적 성격의 혼합 코드에 선행되는 것이지 그 자체가 분명하게 참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2. 시퀀스의 종류

 

크리스티앙 메츠는 <영화에 있어서의 의미 작용에 관한 시론>에서의 시퀀스를 다음과 같이 분류했다.

 

① 에피소드 시퀀스

 

연대 순으로 짧은 장면을 연결해서 긴 프로세스를 짧게 정리하는 기법을 '에피소드 시퀀스'라고 말한다. 실제로 하나의 이어진 시간이 연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로서 정리된 하나의 일을 나타내는 것이다.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 도입부에서 그 좋은 예를 볼 수 있는데, 뉴스릴로 펼쳐지는 케인의 일대기를 다룬 시퀀스가 바로 그것이다.

 

② 병행 시퀀스

 

'병행 시퀀스'는 시간의 인과 관계를 단절하고 둘 이상 별개의 액션이 교대로 전개되는 것이다. 전형적인 예는 쫓기는 자와 쫓는 자가 교대로 나타나는 추격 장면을 들 수 있는데, 이 시퀀스는 각기 하나의 시간적 인과 관계를 형성하는 두 개의 시퀀스가 하나가 되어 두 개의 사건이 동시성을 생기게 하는 것이다. 영상의 교체가 바로 사건의 동시성을 얘기해 준다.

 

윌리엄 프레드킨의 <프렌치 커넥션>의 추적 장면은 이 시퀀스의 가장 완벽한 구도를 제시하는데, 프랑스 마피아와 형사들의 쫓고 쫓기는 과정은 공간적으로는 떨어진 그러나 시각적으로는 강력히 통일된 단위 속에 묶여져 있다.

 

3. 시퀀스의 구성 방식

 

작품마다 변화가 풍부한 시퀀스를 나누는 것이 작품의 줄거리 유형을 나누는 출발점이다. 시퀀스의 구성 방식은 몇 개의 변화 형식에 따라서 분류된다.

 

① 시퀀스의 길이

 

흔히 안정되고 비교적 수가 적은 큰 시퀀스로 만들어진 작품이 고전적 작품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어 왔다. 영화에 느린 템포를 주는 길게 계속되는 시퀀스이지만 한없이 늘어지는 것은 아니고 절제가 있다. 얌전하고 규칙적인 이 아름다운 시퀀스의 단위는 현대 영화에서 두 개의 경향으로 나뉘어서 상실되어 가고 있는데, 끝없이 길어지든가 엉뚱하게 단축되던가 하는 것이다.

 

길어지는 예는 안토니오의 영화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정사> <밤> <태양은 외로워> 3부작에서 절망적으로 공허하며 권태의 포로가 될 수 밖에 없는 끝날 줄 모르는 긴 시퀀스가 그것이다.

 

절단, 세분화된 시퀀스는 <로즈마리의 아기> 등에서 볼 수 있는데, 그 가운데는 단순한 하나의 프래쉬에 지나지 않는 짧은 시퀀스도 있다. 로즈 마리가 텔레비전 앞에서 고통으로 신음하는, 영화의 흐름에서는 완전히 고립된 13초 간의 고정 쇼트는 그 예이다.

 

② 시퀀스의 단면

 

시퀀스의 단면이 딱딱하다던가 덜 딱딱하다던가 하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다. 딱딱한 단면의 전형적인 타입의 하나는 서술의 줄거리가 분명하고 세밀한 이야기로 펼쳐지는 시퀀스를 들 수 있는데, 독자적으로 그 의미를 완결지음으로써 작은 단계에 있어서의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들이다.

 

이에 반해 덜 딱딱한 단면의 시퀀스는 독자적인 의미의 완결 속에서도 다른 시퀀스와 쉽게 연결되어 또다른 의미를 이끌어내는데 용이한 것들을 말한다.

 

③ 시퀀스의 분절

 

씬과 씬의 연결로 어떤 시퀀스에서 다른 시퀀스로 옮기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여기에는 흔히 구독점과 같은 기호 표현이 있다. 디졸브와 같은 처리는 두 개의 시퀀스에 분명히 경계를 정하고 거리를 만든다. 이러한 처리는 시퀀스가 나눠져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게 하지만 구식이다. 영화는 점점 이러한 타입의 구독점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더욱 도발적이고 말하자면 파괴적인 것은 하나의 시퀀스의 마지막 부분에 갑자기 어떤 쇼트가 시퀀스와 관계없이 나타나서 새로운 시퀀스를 여는 효과의 몽따쥬몽타주 커트이다. 로만 폴란스키의 <로즈 마리의 아기>에는 이러한 실례를 많이 볼 수 있는데, 몽타주 커트는 두 개의 시퀀스를 그냥 단순히 연결할 뿐으로 두 개의 시퀀스 사이의 절단된 분할은 대단히 약하게 표현되어 있다.

 

④ 시퀀스의 연쇄

 

시퀀스의 연쇄란 시퀀스가 서로 호응해서, 헨리 제임스의 표현을 빌린다면 '서술적인 신성한 압력의 효과로 부드럽게 연쇄되어' 이어지는 것이다. 모든 시퀀스가 저마다 끝을 맺고 릴레이 식으로 연결되어 이야기 줄거리가 마지막까지 진행된다.

 

프리츠 랑의 <마부제 박사의 천 개의 눈(1960)> 에서는 각 시퀀스의 마지막에서 대사가 다음 영상을 시작하고 있다. 반대로 앞에서 설명한 단순한 효과의 몽타주는 서술의 흐름을 폭력적으로 단절하고 일시적으로 관객의 이해의 프로세스를 중립 시킨다.

 

작품의 구분인 시퀀스의 형태라던가 그 연결방식을 이 4개의 변수, 형태로서 완전히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형태들의 조합과 변화로 시퀀스의 대부분의 형태에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아주 틀에 박힌 고전적인 작품에서는 단면이 딱딱하고 분명하지만 미끄러지듯 잘 연결되는 시퀀스를 볼 수 있다.

 

4. 시퀀스의 확장

 

언더 그라운드 영화로 중편 길이의 영화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었다. 오직 쇼트를 연결한 것 뿐인 것이다. 그 연결 기준은 외견상 아무것도 없었다. 이삭을 줍듯이 단순히 연결된 영상, 모든 주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우며 집착도 없고 얽매이는 것도 없다. 여기에는 각 쇼트의 사이에 시퀀스와 시퀀스 사이의 구별 보다도 더 높은 차원의 구별이 있다고 할까.

 

시퀀스라는 분절이 없고 이 작품은 개방되어 있는 것이다. 영화는 멎지도 않고 연장도 없다. 스크린 상에 일시적으로 묘사된 것은 계속해서 아무런 효과도 미치지 않는다. 또한 어떤 부분은 기억되기 힘들며 스스로 소멸해서 공허해지며 크게 밖을 향해서 벌어진 입도 곧 닫히고 만다.

 

영화 작품의 언어활동에 이르지 못하고, 우연히 연결되고, 관객을 끝까지 욕구 불만으로 만들면서 관객이 읽고 이해하려는 욕망을 거꾸로 이용한 이 작품을 겉과 안을 뒤집은 퇴화된 형식주의라고 단정하지 말고 정면으로 대해서 생각할 때, 작품 전체가 하나의 시퀀스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는 것이 과연 무리일까?

 

 

내러티브 (Narrative)


1. 내러티브의 정의


내러티브는 시간과 공간에서 발생하는 인과 관계로 엮어진 실제 혹은 허구적인 사건들의 연결을 의미한다. 소설 속에서는 오직 문자 언어로만 이루어지는 이 언술이 영화에서는 이미지, 대사, 문자, 음향 그리고 음악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영화에서의 내러티브는 이야기를 조직하기 위하여 채택되는 전략, 약호와 관습을 (미장센과 조명 등도 포함해) 지칭한다. 흔히 스토리텔링(storytelling)과 동일한 개념으로 간주되기도 하지만 실제 이보다 더 큰 범위를 의미하는 것이다.

 

2. 내러티브의 기능

 

어렸을 때 우리는 동화와 신화를 배우고, 커가면서 단편적 이야기, 소설, 역사, 그리고 전기 등을 읽는다. 유대교나 기독교적 전통은 성경과 율법(내러티브의 방대한 집합)을 통해서, 그리고 과학적인 발견은 때로 실험자의 시도와 성공에 대한 이야기로 제시된다. 또한 우리 주변의 여러 문화 형식들 (소설, 연극, 신화, 회화 등) 도 이러한 이야기의 형식을 가지고 있다. 잠을 잘 때도 우리는 작은 내러티브의 형태로 꿈을 꾸며, 또한 이야기 형태로 그 꿈들을 기억해낸다. 내러티브는 이처럼 우리들의 삶 자체만큼이나 자연스럽다.

 

우리가 '영화를 보러 간다'고 말할 경우, 대부분 그것은 한 편의 내러티브 영화를 보러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내러티브 영화는 이러한 이야기를 조직하고자 하는 전략을 ‘현실’ 세계를 재생산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영화를 의미하며, 관객은 영화를 가능성의 영역 안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거나 영화와 현실을 동일시하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관객은 신호를 끄집어내고 정보를 상기하고 무엇이 다음에 나올 것인가 기대하면서, 결국에는 영화 형식의 창조에 참여한다. 영화는 호기심, 서스펜스, 그리고 놀라움을 유발함으로써 특정한 기대를 형성한다. 관객은 또한 행동의 결과에 대해 특유한 예감을 전개시키고 이러한 것들은 우리의 기대를 만족시키거나 속이는 임무를 맡는다. 결말은 또한 관객에게 가능한 한 이전의 사건들을 재검토하거나 혹은 전혀 새로운 관점으로 보도록 신호함으로써 관객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3. 내러티브에 관한 연구

 

영화의 내러티브에 관한 연구는 1920년대 민담에서의 행위와 내러티브 기능에 관한 블라디미르 프롭의 연구와 1950년대 신화의 구조에 관한 레비스트로스의 연구의 영향 아래에서 시작되었으며, 특히 영화이론가들에게 있어 내러티브 연구의 중요한 초점은 헐리우드 - 193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의 고전 내러티브 영화 - 에 있었다. 이 시기 할리우드 영화에 있어서의 내러티브는 대단히 표준화된 패턴의 집합을 따르는 경향이 있는데, 이 패턴은 ‘질서 / 무질서 / 회복’의 삼항 도식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 현대 영화에선 이런 단순한 플롯에서 벗어난 새로운 패턴 -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픽션> 같은 - 이 종종 나타나기도 하는데, 아직도 여전히 위의 기본 패턴은 유효하다.

 

4. 구조주의 서사학 (Narratology)

 

구조주의 서사학(narratology)은 마치 내러티브의 문법을 찾듯이 다양한 내러티브에 내재한 공통된 구조를 찾아내려 했는데, 최근까지 이 접근법을 고수하고 있는 이론가들은 제라르 쥬네트의 작업(1980)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쥬네트는 세 종류의 내래이션을 명료하게 구분하고 있는데, 내러티브(narrative), 디제시스(diegesis), 내래이트하기(narrating)가 그것이다.

 

먼저 그는 ‘내러티브’를 하나의 사건을 이야기 하려는 시도를 가리키는 것으로 사용한다. 그리하여 영화에 있어 내러티브는 내러티브적 진술로서의 영화, 내러티브 텍스트로서의 영화의 기능을 말하는 것이 된다.

 

그의 두번째 용어인 ‘디제시스’는 특정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건의 연쇄와 그 사건들의 다양한 관계를 말한다. 그러므로 영화에서 디제시스는 스크린 위에 투사되는 이야기와 스토리 라인, 시각적 미장센 모두를 가리킨다.

 

마지막으로 ‘내래이트 하기’는 언술 행위를 가리키는데, 영화에서의 말하는 행위, 즉 내러티브에 동기 부여하는 캐릭터들을 가리킨다. 다른 말로 하면 내러티브는 우리에게 내래이트 되고 우리는 내래이트 하기의 행위를 목격하는 것이다.

 

사실 구조주의 서사학에 관한 이러한 쥬네트의 분류가 처음엔 그리 쉽게 이해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각 용어에 대한 확실한 개념 이해가 선행된다면 결코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선형적 내러티브

 

1. 선형적 내러티브의 의미

 

선형적 내러티브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극영화의 '질서/ 무질서/ 회복'의 의 플롯을 가진 내러티브를 의미하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내러티브'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이 선형적 내러티브를 가리키는 것이다.

 

한편의 영화는 그저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하는데, 영화의 시작은 앞으로 올 것의 기반을 제공하고 우리를 내러티브로 통합시킨다. 전형적으로 플롯은 이미 출발한 일련의 행위들로 우리를 이끌어감으로써 호기심을 유발하려 한다. 일반적으로 플롯이 출발하기 이전에 일어난 몇 가지 행위가 전체 스토리를 구축하기 시작할 수 있도록 설명하거나 암시된다.

 

2. 플롯과 스토리

 

사건들의 무작위적인 연결은 하나의 스토리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건들 간의 원인 혹은 시간의 관계를 추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을 하나의 내러티브로 파악하기에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사건들을 식별하고 원인과 결과, 시간과 공간에 따라 연결시킴으로써 내러티브를 이해한다.

 

'플롯'이라는 용어는 바로 이러한 무작위적인 사건들을 시간과 공간, 원인과 결과에 따라 효과적으로 배치, 구성한 형태를 의미한다. 그리고 '스토리'는 이렇게 구성된 플롯을 바탕으로 명백하게 제시된 사건들과 관객이 추론한 사건, 즉 다시 말해 직접 제시된 적 없는 원인, 시간적 연결, 그리고 또 다른 장소를 관객이 무의식적으로 추론한 결과들로 구성된 이야기를 말한다.

 

영화 감독의 입장에서 스토리는 내러티브 내의 모든 사건들의 총합이다. 감독은 이러한 사건들 가운데 몇몇을 직접 제시하거나 제시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는 암시를 줄 수 있으며, 그 밖의 사건들은 무시할 수 있다. 즉 감독은 스토리를 플롯으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관객에게 주어지는 것은 플롯, 즉 영화 내의 소재들이 자리매김된 '배열'이다. 관객은 플롯 내의 신호들을 근거로 삼아 마음속으로 스토리를 만들어내며, 플롯이 외재적 소재를 제시하는 경우 또한 인식한다. 그리고 해독하는 사람들의 경험이나 위치 등에 따라 여러 가지로 읽히기도 한다. 이것은 한 편의 내러티브 영화의 요점을 누군가에게 전하려 할 때 잘 나타나는데, 관객들은 플롯이 신호해준 가장 처음 사건에서 시작해서 결말까지 그 스토리를 요약하는 경우, 스스로의 기억에 의해 스토리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재구성된 스토리는 감독이 가지고 있던 본래의 스토리와 달리 해석되어지는 경우도 자주 있다.

 

3. 선형적 내러티브의 구조

 

1) 질서

 

보통 도입부는 질서정연한 분위기 속에서 중요한 스토리 사건들과 인물의 성격들을 명백히 해주는 플롯을 가진다. 또한 관객들이 볼 수 있는 가능한 원인과 결과들의 특정한 범주를 세워줌으로써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예를 들어 이창동 감독의 <초록 물고기> 초반부의 경우, 군대에서 제대하는 막둥이를 중심으로 장밋빛 스카프의 여인 미애와 고향의 가족들 -뇌성마비의 큰 형과 파출부 일을 하는 어머니, 트럭을 몰고 계란 장사를 하는 둘째형, 술주정뱅이 형사인 셋째형, 그리고 다방 레지 일을 하며 서울에 사는 여동생- 의 성격을 드러내고, 막둥이가 미애와의 만남을 계기로 배태곤의 조직에 들어감으로써 그의 불확실한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과정까지가 바로 이 부분에 속한다.

 

2) 무질서

 

플롯 전개의 대부분의 유형은 인과 관계가 인물의 상황을 변화시키는 방식에 크게 의존한다. 가장 일반적인 유형은 ‘인지도의 변화’ 이다. 흔히 극 중 인물은 행위의 도중에 무엇인가를 알게 되고 더불어 가장 결정적인 인지도를 획득함으로써 플롯의 전환점에 이르는 것이다.

 

어떤 전개 유형에서든 주어진 하나의 플롯은 관객은 특정한 기대를 만들며, 그 특별한 방식으로 관객을 훈련시켜나가면서 -지연시키거나 속이거나 충족시킬 수 있는 장기적인 기대를 만들면서- 무질서의 상태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초록 물고기>에서 막둥이가 조직 폭력배의 세계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며, 또한 배태곤의 지시로 반대파의 보스를 죽이고 절규하는 막둥이의 아련함 등을 느끼며 우리는 영화에 몰입해 가는 것이다.

 

3) 회복

 

한 편의 영화는 단순히 정지하는 것이 아니라 끝이 난다. 결말에 도달할 즈음에는 더 이상 발전의 가능성은 없게 된다. 흔히 결말은 인과 관계의 고리를 풀거나 '끝맺는다'.

 

막동이는 조직을 위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보스 배태곤에게 죽음을 당한다. 그러나 그의 죽음 뒤에 남아있는 사람들의 일상은 막둥이에 대한 그리움만을 간직한 채 제자리를 찾는다. '질서'로 시작한 이야기는 '무질서'의 과정을 거쳐 다시 '질서'의 세계로 회복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영화가 이러한 완결성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홍상수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나 박광수의 <그들도 우리처럼>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결말은 비교적 열려질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플롯은 최종적인 결과의 본질이 무엇인지 불확실하게 스토리 사건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형식은 이와 같이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다양한 방식들에 대해 우리로 하여금 반추하도록 북돋는다.

 

비선형적 내러티브

 

영화에서의 내러티브는 영화 관람행위에 매우 중요한 체계지만, 모든 영화에 내러티브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 영화, 정치 광고, 실험 영화 등은 어떠한 스토리도 담지 않을 수 있으며 이들 영화는 '비선형적' 형식 체계를 지닌다. '비선형적 내러티브' 형식이라는 용어는 흔히 '비 서사' 형식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영상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현란한 이미지의 나열이 주류를 이루는 뮤직 비디오 등의 장르가 선호되어, 현대 영화는 의외로 많은 부분을 이 비선형적 내러티브의 경향을 수용하고 있다.

 

비선형적 내러티브는 크게 4가지 정도의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범주적, 수사적, 추상적, 그리고 연상적 체계가 그것이다.

 

1. 범주적(categorical) 형식 체계

 

범주들이란 개인 혹은 사회가 세계에 대한 인식을 조직화하기 위해 분류한 것을 말한다. 지구상의 모든 물질은 하나 혹은 그 이상의 범주에 속해야 하며 새로운 유형의 물질이 발견되면 새로운 범주가 만들어진다.

 

영화 감독이 관객에게 세계에 대한 어떤 정보를 전달하고자 한다면, 범주들은 그 영화의 형식을 조직하는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 선택된 범주들은 항상 사회에 존재하고 널리 알려진 관습적인 것인 것이다. 나비에 관한 기록영화는 한 종류의 나비를 보여주고 그 습성에 관한 정보를 주고 다른 종류의 나비를 좀 더 많은 정보와 함께 보여주는 과학적 범주를 이용할 수 있으며, 스위스 기행 영화는 그 지역의 명승지와 풍속 등을 추려서 보여줄 수도 있다.

 

범주적 형식은 무척 단순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관객의 흥미를 유지시키는데 잠재적인 문제들이 있다. 분절에서 분절로의 진전이 반복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우리의 기대는 쉽게 만족되며 지루해 지는 것이다. 감독들은 이러한 범주들을 흥미롭게 보여주기 위해 변형을 하기도 하는데 가끔 다른 유형의 형식 체계들과 함께 구성할 수도 있다.

 

2. 수사적(rhetorical) 형식 체계

 

수사적 형식 체계는 주제의 일정한 특성을 관객에게 확신시키려는 목적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주제에 대해 한가지 의견을 따르게 하고 그 의견에 따른 행위까지도 유발하게 하려는 것이다. 수사적 형식은 모든 매체에 공통적이다. 일상적 대화뿐 아니라 공식적 연설에서도 우리는 자주 수사적 형식을 대한다.

 

영화의 수사적 형식은 네 가지 기본적 특성으로 정의내려 질 수 있다. 첫째 새로운 지적인 확신으로 새로운 정서적 태도나 행위로 관객을 이끌고자 제언하는 것이다. 둘째 영화의 주제는 항상 과학적 진리의 문제는 아니며 수많은 견해의 문제이므로, 감독은 각기 다른 유형의 논점들과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그의 입장이 가장 그럴싸한 것인 듯 보이게 한다. 셋째 결론이 문제 이상으로 증명될 수 없는 경우, 감독은 관객의 감정에 호소한다. 넷째 수사적 영화는 종종 관객의 일상, 실제 생활에 영향을 주게 될 선택을 하도록 설득하려 한다. 

 

일반적으로 교육, 홍보 영화의 경우가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3. 추상적(abstract) 형식 체계

 

어떤 영화들은 추상적인 원리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그것은 감독이 색채, 형태, 리듬, 그리고 크기와 같은 특성을 비교하거나 대조하기 위해 구성요소들을 병치하는 것이다.

 

추상영화들은 간혹 ‘주제와 변형’이라고 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때로 그 원리는 수학적으로 정확한 관념일 수도 있고 무작위적인 배열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감독들은 영상들을 그저 어떻게 연결시키는가 하는 문제보다는 어떻게 그들 영화의 총체적 형식을 창조할 것인지를 고려한다. 추상 영화들은 그 구성에서 다양한 복합성을 얻으며, 그런 추상 영화에 대해 관객이 일부 흥미를 가지는 것은 개별적 모티브가 그 총체적 조직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기능하는가 발견하는 데 있다.

 

추상영화가 주는 모든 것이 일련의 흥미 있는 형태와 음향이므로 이를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고 부르는데, 그러면서도 이런 영화들은 간혹 그 형태와 음향을 좀 더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들며, 우리는 또한 일상 세계, 자연과 실제 대상을 좀 더 관심을 갖고 바라보게 된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추상적 특성들을 인식함으로써 영화뿐만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좀 더 완전히 지각하게 된다.

 

4. 연상적(associational) 형식 체계

 

연상적 형식 체계는 외관상 닮지 않은 일련의 사물들을 병치시킴으로서 표현적인 특징들과 개념들을 암시한다. 이 체계에서 이용되는 사물들은 범주적 체계처럼 같은 범주에 속할 필요는 없으며, 수사적 체계에서처럼 논점을 제시할 필요도 없고, 추상적 체계에서와 같이 비교를 위한 근거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서로 다른 사물이 함께 놓여있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연관성을 찾게 된다.

 

연상적 형식에서 사용되는 이미지는 관습적인 것에서부터 아주 창의적인 것에 이를 수 있으며, 그 개념적 연관성은 바로 명백히 나타나거나 아니면 그와는 전혀 달리 신비화된 것일 수 있다.

 

연상적 형식은 그것이 복합적이거나 독창적일 경우 관객의 활동에 상당히 의존한다. 감독은 우리에게 그 영화의 적절한 정서나 개념에 대해 꼭 명백한 지시를 주는 것은 아니며 그 연관성을 밝히는 것을 우리에게 맡긴다. 우리는 가능한 연관성에 대해 숙고해야 하고 특정한 병치를 만드는 논리의 비약을 추적해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의 추측이 감독이 의도했던 것과 같다는 걸 확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물들에 어떤 흥미 있는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경우 우리의 정서적이고 개념적인 만족은 이루어진다.

 

연상적인 형식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영화들은 실험적이거나 전위 영화의 계열로서 주류적인 산업계 밖에서 활동하는 독립 영화 작가들에 의해 제작된다.

 

 

디제시스와 비디제시스

 

1. 미장센의 정의 

 

미장센(Mise-en-scene)은 원래 '무대장치, 무대에 올린다'란 뜻의 프랑스어로 연극에서 쓰이는 용어였으나 영화로 옮겨오면서 '쇼트의 프레이밍'과 관련된 영화 제작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 되었다. 이런 생소한 말을 영화에서 굳이 원어 그대로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영화에 있어서 미장센이란 단어가 가지고 있는 뉘앙스가 연극에서처럼 그저 세트 장치만으로 불려질 수 없는 더 복합적인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사실 무대 장치는 커다란 미장센의 한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연극과는 달리 영화에서의 미장센은 세트의 배치뿐만 아니라, 주어진 공간 내에서의 공간 이동까지도 포함시킨다. 즉, 배우의 움직임 및 카메라의 움직임, 심지어는 화면의 크기까지도 이 범위에 들어간다. 따라서 미장센이란 연극과 촬영이 혼합된 개념이라고 보면 정확할 것이다.

 

이 용어는 카이에 그룹에 의해 보다 특정한 의미를 부여받게 되는데, 이들은 이 말을 그들이 작가라고 부르는 일부 미국 감독들의 작품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했다. 이들 영화 감독들이 할리우드의 전권 아래 작업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이 대본에 대해 아무런 권리가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적어도 쇼트를 구성할 권리와 여기에 자기만의 식별 가능한 스타일을 가질 수가 있었다. 그러므로 미장센은 감독이 구사할 수 있는 표현 도구로서 그의 특정한 스타일, 즉 작가적 날인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2. 미장센의 이해

 

미장센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를 위해 이창동 감독의 <초록 물고기>의 한 쇼트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영화의 후반부 막동이(한석규)가 반대파의 보스를 살해한 후 자신의 형과 전화 통화를 하는 이 쇼트는 초록빛 꿈을 간직하고 살던 막둥이가 살인의 충격 후 자신의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전화 통화를 통해서라도 달래 보고자 하는 아련함이 담겨 있다.

 

1) 공간 구성의 미장센

 

① 프레임(frame)

 

프레임은 미장센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각틀로, 영화에서의 공간 중 ‘화면 영역’을 규정하는 경계이다. 화가들이 화폭에 세심한 신경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화 감독들은 이 프레임을 질료로 화면 구성의 균형과 표현성에 역점을 두게 된다. 이 쇼트의 경우, 막둥이는 ‘프레임’이라는 경계 이외에도 ‘전화박스’라는 또 다른 경계에 갇혀있다. 주체할 수 없는 막둥이의 감정을 두 개의 경계 속에 가둠으로써 시각화시키고 있는데, 아주 효과적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② 아이콘(icon)

 

아이콘은 시각적 모티브와 스타일을 범주화하고 분석하는 수단이다. 의상이나 배경(세트), 색채, 질감 등 영상을 구성하는 모든 아이콘들은 감독의 중요한 선택 수단이며 미장센의 가장 세심한 부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쇼트의 경우, ‘전화 박스’라는 배경과 ‘어두움’이라는 색채는 막둥이의 감정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하는데 일조하고 있는데, 주위를 어둡게 하고 막둥이의 모습을 밝게 함으로써 관객의 시선을 효과적으로 집중시키고 있다. 

 

③ 앵글(angle)

 

앵글(angle)은 카메라로 대상물을 촬영할 때 유지하는 각도를 의미하는데, 영화의 공간을 구성하는 감독의 논평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앵글은 선택된 소재에 대한 감독의 태도, 표현방식, 즉 작가들이 창작을 할 때에 형용사를 사용하는 것에 비견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쇼트의 경우, 눈높이 앵글 즉 아이 레벨(eye level)이다. 감독은 막동이의 모습을 더함이나 덜함 없이 그저 눈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데, 이는 관객이 더욱더 주인공 막둥이의 심정에 동화되게끔 하는 효과를 가진다.

 

④ 구도(composition)

 

감독이 안정과 조화된 화면을 원할 때 흔히 고도로 균형잡힌 구도가 쓰인다. 여기서 디자인의 조화된 힘의 무게는 내적인 균형을 이루고 있다. 반면 감독들은 물리적 혹은 심리적 손상을 암시하기 위해서는 텅 빈 공간이나 비대칭적인 구도를 자주 응용한다. 이 쇼트의 경우, 주인공을 중심에 놓고 화면 주위를 전화박스의 틀로 채우는 대칭적인 구도를 취하고 있는데, 클로즈 업에 가까운 꽉 찬 구도로 인해 막둥이의 답답한 심정이 잘 드러난다.

 

2) 시간과 움직임 구성의 미장센

 

① 쇼트(shot)

 

쇼트(shot)란 카메라가 찍기 시작하면서부터 멈출 때까지의 연속된 영상을 의미한다. 바로 시간을 구성하는 영화 표현의 가장 최소 단위로 볼 수 있다. 영화에서 기록되는 정보는 기본적으로 그것이 어떠한 형태의 쇼트에 의해, 어떠한 각도에 의해 찍혀졌는지 뿐만 아니라 얼마의 지속시간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서도 여러 가지 효과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 쇼트의 경우는 단 하나의 쇼트로 되어 있는데, 막둥이의 감정을 흐트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 커트를 자재하고 카메라의 움직임을 통해 쇼트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적인 화면을 구성하고자 할 때는 가급적 쇼트의 시간을 길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② 카메라의 움직임

 

이 쇼트는 감정을 따라가는 카메라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전화박스 속에 갇혀있는 막동이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카메라는 부감 쇼트로부터 시작하여 천천히 막둥이의 바스트 쇼트까지 이동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그의 모습을 지켜보게 만든 뒤 다시 클로즈 업으로 막둥이의 얼굴을 강조한다. 흔히 고정 쇼트로 표현할 수도 있는 이 장면을 미세하나마 카메라의 움직임을 부여한 것은 감독의 선택이며 바로 효과적인 미장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③ 인물의 움직임

 

이 쇼트는 인물의 움직임이 거의 없다. 쭈그려 앉아 있는 막동이의 모습이 전부이며 그 흔한 수화기의 바꿔 잡는 동작 역시 보이지 않는다. 단지 막둥이의 웃음 띤 얼굴로 울고 있는 표정만으로 긴 시간을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절제된 인물의 움직임이 역동적인 움직임보다 더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적절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전체적인 결과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이 쇼트는 언뜻 보기엔 그저 울면서 전화를 하고 있는 막둥이의 모습만이 있을 뿐이다. 살인을 저질렀고 그로 인해 괴로워하는 그의 모습뿐인 것이다. 하지만 감독이 구성한 미장센은 단지 그러한 상황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소박한 꿈을 가지고 살던 막둥이가 불합리한 사회의 그늘 속에서 좌절해 가는 모습이 이 쇼트에는 드러나고 있으며,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암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하나의 장면을 구성하기 위해 감독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가늠해보고 가장 효과적인 미장센을 연출하게 되는데, <초록 물고기>의 이창동 감독은 이 쇼트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3. 결론

 

감독은 대개 자기 쇼트를 선택하는 데 있어 여러 가지의 다른 기준을 갖고 있다. 주제물과 관련지어 감독이 카메라를 설치하고 움직임을 결정하고 시간을 조절하는 기준은 감독 개개인의 감정 및 속성에 의거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장센은 감독이 구사할 수 있는 표현 도구로서 그의 특정한 스타일, 즉 작가적 날인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미장센의 분석은 영화를 감상하든 제작하든 가장 실제적인 분야임에 틀림없는데, 그건 극의 문맥에 따라 영상을 이루는 요소들을 일일이 끄집어내어 확인하는 영화 분석의 가장 기본적인 공부이다. 이렇게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따로 떼어놓고 분해하는 연습을 함으로써 당신은 화면 형성의 실제적인 훈련을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참고 문헌]

 

1. 영화학, 어떻게 할 것인가 (자끄 오몽 外/ 강한섭 역) - 열린 책들

2. 영화학 입문 (장 꼬레 外/ 김정옥 역) - 영화진흥공사

3. 영화 보기와 영화 읽기 (조셉 보그스/ 이용관 역) - 제3문 학사

4. 영화 사전- 이론과 비평 (수잔 헤이워드/ 이영기 역) - 한나래

 

 

영화에서의 시간

 시각 및 도상적 기호와 관련된 모든 예술에서 예술적 시간은 오직 '현재' 밖에는 있을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시각 예술에 있어 시간은 언어 예술에 비하여 궁핍하다. 그것은 과거와 미래 시제를 배제하는데, 그림 속에 미래 시제를 그려 넣을 수는 있지만 미래 시제로 그림을 그릴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영화는 여러 가지 동사 시제를 현재 시제에 의해 전달하고 비현실적 사건을 현실적 사건으로 전달하는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영화는 그 초기부터 꿈, 회상, 의사 작법 화법 등의 전달을 위한 수단을 모색하면서 디졸브, 아이리스 등 일련의 수단들을 실험해 왔던 것이다.

 

1. 영화적 시간의 특수성

 

  영화 이론가 르네 슈옵(Rene Schwob)은 영화 이미지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시간적 조형의 완성'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사실상 시간의 차이를 조절한다는 것은 영화의 가장 탁월한 방법들 중 하나에 속한다. 다른 시각 예술과는 달리 영화에서의 시간은 의도적으로 단절될 수도 있고 연장할 수도 있으며 축소될 수도 도치될 수도 있다. 시간의 압축과 연장을 가능케 하는 이러한 영화적 특성은 삶의 템포에 대한 자동 기록장치로부터 시간의 예술적 모형으로 전화시키는 힘을 부여하여 영화 예술의 진정한 가치를 만들어 낸다고 할 수 있다. 

 

  1) 슬로우 모션 (Slow Motion)

 

  영화에서 정상 움직임이라면 필름은 1초에 24 프레임이 돌아가야 한다. 슬로 모션은 1초에 24 프레임의 속도보다도 더 빠르게 촬영해서 영사시에 표준 속도로 투사함으로써 얻어지는 효과다. 처음 이 효과가 나타나게 된 것은 우리의 눈이 따라가기에 너무 빠르게 움직이는 생물체나 어떤 현상을 더 명확히 알고 싶어 하는 과학적 탐구심에서 이다. 

  영화 예술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행동의 아름다움이나 태도의 우아함을 감상하기 위해 운동 경기, 발레, 혹은 서커스 등에서 이 효과를 접하게 된다. 영화에서 슬로우 모션을 사용할 때는 관객의 참여가 전제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이용해서 불안과 고뇌, 슬픔, 풍부한 상상력 등과 같은 다양한 감정의 반응을 불러일으키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에서 유년시절의 끝, 어린 주인공들이 반대파 갱들을 피해 달아나는 장면의 슬로 모션은 일종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조나단 뎀의 <양들의 침묵>에서 주인공의 어린 시절의 기억, 에드리안 라인의 <야곱의 사다리>에서 이미 죽은 주인공의 상상 등에서 쓰인 슬로 모션은 희미한 기억이나 상상력의 표현으로 사용되었다. 

 

  2) 패스트 모션 (Fast Motion)

 

  기술적으로 패스트 모션은 슬로우 모션의 역이다. 1초에 24 프레임보다 느리게 촬영하여 표준 속도로 투사하는 것이다. 이 효과 역시 과학자들이 즐겨 사용하는데, 느린 현상을 눈으로 보고 싶을 때 적합하다. 예를 들어 동식물의 성장, 화학 물질의 결정(結晶) 과정 등이다. 

  사람의 움직임이 필름상에서 속도를 더했을 때 그 사람은 우스꽝스럽게 보인다. 대표적인 예가 찰리 채플린, 버스트 키튼, 막스 린더 등의 코미디이다. 특히 버스트 키튼의 경우 그의 영화 대부분을 기계 같은 몸짓과 무표정한 얼굴이 유발하는 희극 효과에 두고 있다. 초기 무성영화의 경우 코미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빠른 움직임으로 보이는 것은 당시의 카메라와 영사기가 현재와 같은 24 프레임이 아니었기 때문인데, 당시에는 보통 16-20 프레임으로 촬영되었다.

 

  3) 운동의 정지 (Freeze Frame)

 

  회화나 사진과 같은 시각 예술 매체에서 운동의 정지는 본질적인 요소이자 제한 적인 요소이다. 화가나 사진작가는 움직임의 어느 순간을 포착하여 그 순간에 승부를 건다. 그러나 영화의 생명은 '운동'이다.

   영화 이론가 장 엡스탕은 '영화는 본질적으로 운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도처에서 운동을 찾아내고 동시에 보편적인 운동성을 드러내 준다. 운동은 형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운동은 형태이며, 형태를 만들고, 또한 자신만의 형태를 갖는다'라고 영화의 성격을 규정했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운동의 정지란 무엇인가? 물리적으로 24 프레임을 모두 동일한 장면으로 채워 넣어 투사함으로써 시간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장면은 고정되어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 효과가 절대적인 부동성을 위해 사용되지는 않는다. 운동을 정지시킬 때도 감독은 운동을 상정하고 있다. 또한 이야기의 결말을 단정하고 싶지 않거나 여운을 남기고자 할 때 이를 사용하기도 한다. <내일을 향해 쏴라>의 마지막 장면에서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의 정지화면과 <델마와 루이스>에서 허공에 뜬 자동차의 마지막 정지 화면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4) 운동의 도치 (Reverse Motion)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 영화가 가진 탁월한 가능성 중에 하나다. 그것은 어쩌면 인류가 영원히 이루지 못할 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이 시적이거나 극적인 효과를 이끌어낸 영화는 극소수인데, 영화사 초기부터 일부 코미디 영화 등에서 우스꽝스럽게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장 꼭또의 <오르페>에서 거꾸로 걷는 사람이나 에이젠슈타인의 <10월>에서 떨어진 짜르의 동상이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효과 정도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문제는 운동의 도치라는 테크닉이 기술적 특권에서 벗어나 속도의 완급 조절 등이 이루어지고 그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 시간의 수축과 확장을 위한 테크닉

 

  일반적으로 영화적 시간은 물리적 시간과 다르다. 영화적 시간은 지각된 시간, 심리적 시간, 즉 주관적 시간이다. 우리 의식이 경험한 주관적 시간은 과거와 미래의 통합체이다. 더욱이 이러한 영화적 시간은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지각된다. 질적인 면에서 심리적 긴장의 상승, 극적 효과, 기간의 가치화가 생산되는 것이다. 

  한편의 영화가 다루는 기간이 리듬을 갖고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위해서는 시간의 생략과 축약이 필수적이다. 시간의 단축을 위해 많이 사용하는 테크닉으로 커트 씬, 플래시 백 등이 있다. 

 

  1) 커트 씬 (Cut Scene)

 

  커트 씬은 나중에 다시 취하기 위해 자연스레 행동을 단절시키는 것으로 시간 단축이라는 효과 외에도 생각의 밀도를 강화시키고, 그 무엇인가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관객이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용된다. 또한 동일한 인물이 둘로 나뉘어 한 장면 내에서 현재와 과거를 동시에 보여주는 시간성의 혼합을 위해서 사용되기도 한다.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산딸기>에서 주인공은 명예 의학박사 학위를 받으러 가는 도정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다시 살아보는데, 꿈과 상상이 절묘하게 결합된 장면이 동시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2) 플래쉬 백 (Flash Back)

 

  플래쉬 백은 현재에서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건너뛰는 것이다. 마르셀 마르탕은 '플래시 백의 사용은 엄격한 방법으로 시간의 일치 법칙을 적용시키기 위해서다. 이 시간의 일치는 아주 긴 기간에 의해 두 부분으로 나뉠 수 있는 행동의 경우 매우 느슨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야기의 시간적 연대로 길게 보여주는 것보다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로 플래시 백 해서 보여줄 경우 작품은 그 자체로 견고해지며, 미학적 측면에서 매우 만족할 만한 구조적 대칭과 동시에 작품을 현재에 구심점을 두게 하는 시간적 대칭이 이루어진다'라고 플래시 백 사용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아직도 이러한 고전적 개념의 플래시 백은 여전히 존재하는데, 상투적인 고전적 플래시 백에 대한 대안적 사용 또한 빈번하다.

 

  3) 플래쉬 포워드 (Flash Forward)

 

  이러한 시간의 축약과 함께 영화는 시간을 늘릴 수도 있다. 플래시 포워드라는 테크닉은 플래시 백처럼 미학적인 근거가 빈약하고 자주 쓰이지는 않으나 '현재의 장면에서 미래로 건너뛰는' 특수성에 의해 SF 영화 등에서 종종 주제로 이용되기도 한다. 로버트 저멕키스의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와 패니 마샬의 <빅> 등이 이 경우이다.

 

 

[참고 문헌]

 

1. 영화 예술 (데이비드 보드웰, 크리스틴 톰슨/ 주진숙, 이용관 역) - 이론과 실천 

2.영화의 이해 (L. 자네티/ 김진해 역) - 현암사

3. 영화학, 어떻게 할 것인가 (자끄 오몽 外/ 강한섭 역) - 열린 책들

4. 영화학 입문 (장 꼬레 外/ 김정옥 역) - 영화진흥공사

 

 

영화에서의 공간

영화에서의 공간은 '프레임'이라는 단순한 틀에 갇혀 있지 않는다. 또 이미지들은 단순히 2차적 표현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루돌프 아른하임은 영화에 의해 만들어지는 효과는 3차원과 2차원의 중간에 놓여 있으며 관객은 영화의 영상을 표면과 심도의 두 차원으로 동시에 지각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 달려오는 기차를 위에서 찍는다면 화면에서 기차가 관객을 향해 다가오는 움직임과 아래로 내려가는 움직임의 두 가지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아른하임의 이러한 형태 심리학적 관심은 영화적 공간의 조형성을 강화하는데, 이론적 근거를 제시해 주고 있다.

  영화에서의 공간은 그 자체로 극적, 심리적 가치, 혹은 상징적 의미를 갖는 것이다. 영화 감독은 프레임의 제한에 구속받지 않으며, 구조화되고 인위적인 그리고 때로는 왜곡된 공간을 창조하고, 응축과 분할, 그리고 공간적인 유사성이 있는 영화적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

 

1. 프레임

 

  영화는 수많은 고정된 상(像)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포토그램(Photogramme)'이라고 불리며, 투명한 필름에 연속적으로 배치된다. 이 필름들이 일정한 속도로 영사기를 통과하면서 크게 확대되어 움직임을 갖는 영상이 만들어진다. 포토그램과 화면 위의 영상 사이에는 이러한 운동감 외에도 많은 차이점들이 있지만, 이 둘은 모두 2차원적인 평면이라는 점과 사각의 프레임 속에 제한되어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여기서 영상의 한계라고 불리워지는 프레임, 즉 사각의 틀에 대해 생각해 보자. 프레임은 두 가지 기술적인 속성에 의해 그 크기와 비율이 제한받는다. 즉 필름 폭과 카메라 렌즈의 크기가 그것인데, 이 두 가지가 영화의 포맷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중 표준 포맷은 가로 세로의 비가 1.33 :1인 35mm 필름을 사용하는 것으로 50년대까지 상영된 거의 모든 영화들에 사용되었으나 60년대 이후 와이드 스크린에 밀려 그 효용성이 점점 감소되었다. 

 

2. 화면 영역과 비화면 영역

 

  영화적 공간은 단순히 사각의 틀인 프레임만이 아니다. 이는 회화나 사진과는 다르게 영화가 '움직임'이라는 시간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레임의 형태로 나타내기 위해 선택하는 현실의 어떤 공간이 존재하게 되는데, 이 현실의 잠정적인 어떤 공간을 우리는 '화면 영역(Champs)'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선택에서 벗어난 또 다른 현실 공간은 '비 화면 영역 (Hors-champs)'이라고 한다. 비 화면 영역은 비록 화면 영역에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여러 방법으로 연결되어 있는 요소들- 인물, 배경, 사물 등- 의 집합으로 정의할 수가 있다. 영화에서의 공간은 이 화면 영역과 비 화면 영역의 유기적인 관계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1) 화면 영역의 구성

 

  화면 영역을 구성하는 가장 고전적인 관점은 우리의 물리적인 시선에 따라 구성하는 것이다. 르네상스 이후 회화 이론, 즉 소실 원근법에서 빌려온 이 관점에 의해 카메라의 시선은 화면에 중심점을 설정하고 그 중심점 주위에 주대상을 배치하려고 노력한다. 이 고전적 화면구성은 우리가 보고 있는 세계를 향해 상상적인 시각 틀을 형성하고 대상들을 조화롭게 배열한다. 

  소위 고전이라고 일컬어지는 많은 영화들에서 우리는 화면이 주로 등장인물의 시각적 중심영역 주위에 구성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카메라 이동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기 전인 초기 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20년대 프랑스 인상주의자들, 그리고 40년대 할리우드 영화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우리는 고전적 스타일의 화면 영역 구성이 '중심화'에 주된 관심을 갖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현대 영화 역시 이러한 중심화 구성은 여전히 정설처럼 쓰이고 있으나 요즘에는 의도적인 비틀기 형식의 화면 영역 구성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2) 영화 공간의 확장

 

  영화가 발달함에 따라 화면 영역과 비화면 영역과의 의사소통 방법들, 즉 화면 영역 내부로부터 비 화면 영역을 구성하는 방법들이 다양하게 구사되었다. 

 

  ① 먼저 화면 내부나 화면 바깥으로 나가는 것으로, 주로 화면의 측면 경계에 의해 생겨나지만 화면 영역의 상하 그리고 전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이명세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도입부에서 박중훈과 최진실의 화면 측면 밖으로의 등퇴장은 비 화면 영역의 암시뿐 아니라 곧이어 나타날 작위적인 허구 공간으로의 연결 역할도 동시에 담당하고 있다. 

 

  ② 다음은 화면 영역의 한 요소 -주로 등장인물- 에 의해 구사되는 비화면 영역으로의 다양하고 직접적인 질문들인데, 가장 빈번히 사용되는 것은 비 화면 영역으로의 시선이다. 여기에는 화면 영역의 등장인물이 주로 대사나 제스처에 의해 비 화면 영역의 인물에게 말을 건네는 데 사용되는 모든 방법들이 포함될 수 있다. 

 

  ③ 마지막으로 비화면 영역은 신체의 일부가 화면 밖에 있는 인물들 -혹은 사물들- 에 의해 정의될 수 있다. 가장 일반적인 예로 클로즈 업 화면 구성은 반자동적으로 그 등장인물의 보이지 않는 부분을 포함하고 있는 비 화면 영역의 존재를 내포하게 된다. 

 

  이와 같이 화면 영역과 비화면 영역은 가시적이고 비가시적이라는 서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떤 의미로는 이 두 영역이 완전히 동질적인 상상적 공간에 속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렇듯 비 화면 영역으로 인한 영화 공간의 확장 가능성은 무한하며, 이것은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뚜렷한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참고 문헌]

 

1. 영화 예술 (데이비드 보드웰, 크리스틴 톰슨/ 주진숙, 이용관 역) - 이론과 실천 

2.영화의 이해 (L. 자네티/ 김진해 역) - 현암사

3. 영화학, 어떻게 할 것인가 (자끄 오몽 外/ 강한섭 역) - 열린 책들

4. 영화학 입문 (장 꼬레 外/ 김정옥 역) - 영화진흥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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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움직임

<영화 movies><활동사진motion pictures><시네마 cinema>… 이 모든 말들은 영화 예술에 있어서 움직임이 가장 중요한 함을 암시하고 있는데, 움직임은 보편적으로 영화 예술의 기초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흔히 영상의 보조적인 기능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영상과 마찬가지로 움직임도 직접적이며 구체적일 수 있고 고도로 정형화되거나 추상화되어 극 자체를 이끌어 갈 수도 있다는 사실이 간과되는 것이다.

  영화에서의 움직임은 크게 카메라의 움직임과 배우(인물)의 움직임으로 나눌 수가 있다. 영화감독은 이 두 가지의 움직임을 적절히 조화하여 영화적인 많은 테크닉과 의미들을 구사할 수가 있다.

 

1. 카메라의 움직임

 

  카메라의 움직임과 관련된 주요 문제는 시간의 문제이다. 이런 기교를 많이 사용하는 영화는 많은 시간을 소모하기 때문에 서서히 움직이는 것으로 보이는 경향이 있다. 감독은 카메라를 이동한만큼 발생하는 영화 속에서의 시간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판단해야만 한다. 그리고 카메라를 이동시키기로 결정했다면 어떻게 이동시킬 것인가를 결정해야만 한다. 감독들은 다음의 다섯 가지 주요 양식 가운데에서 카메라의 이동을 선택할 수 있다.

 

  1) 팬(pans)

 

  팬 쇼트는 한 씬을 수평으로 훑는 카메라 이동을 의미하는데,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프레임 안에 소재를 계속 잡아둘 때이다. 만약 배우가 한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움직일 때 카메라는 구도의 중앙에 그 인물을 잡기 위하여 수평으로 이동한다. 촬영 현장의 광대함을 관객들이 경험할 수 있는 서사적 영화에서 익스트림 롱 쇼트로 찍은 팬 쇼트가 특히 효과적이다. 그러나 팬 쇼트는 미디엄 쇼트나 클로즈 쇼트에서도 매우 효과적이다. 소위 리액션 팬(reaction pan) 쇼트라는 것은 중심인물부터 구경꾼이나 청자의 반응을 포착하기 위해 카메라를 이동시키는 것이다. 이 경우 팬 쇼트는 두 피사체 사이의 인과 관계를 유지시켜주는 데 효과적이다.

 

  2) 틸트(tilts)

 

  틸트 쇼트는 한 씬을 수직으로 훑는 카메라 이동을 의미하는데, 공간적, 심리적 상호 관계를 강조하고 동시성을 암시하며 인과 관계를 강조하기 위하여 사용될 수 있다. 또한 틸트란 앵글에 있어서의 변화이므로, 카메라는 한 인물이 장면 내에서 치켜보거나 내려다보는 것처럼 가장할 수도 있다. 그리고 한 인물 내부의 심리적인 변화를 암시할 때도 종종 쓰이는데, 눈높이의 카메라가 아래로 기울어지는 경우 인물은 갑자기 약화되어 보이는 것이다.

 

  3) 크레인(crane) 

 

  크레인 쇼트는 궁극적으로 공중에서의 달리 쇼트이다. 크레인은 일종의 기계팔과도 같은 것으로서 길이가 종종 6미터를 넘는다. 카메라는 공중에서 여러 각도로 움직일 수 있는 유연성 때문에 많은 복합적인 의미를 암시할 수 있다. 

  또한 많은 감독들은 크레인 쇼트를 ‘투시(penetration)’의 비유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시민 케인>에서 수잔 알렉산더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의 멋진 크레인 쇼트에서 볼 수 있다. 빗 속을 통과한 카메라는 크레인에 실려 불쌍한 수잔이 있는 초라한 나이트 클럽의 지붕까지 올라갔다가 그녀에 대한 광고를 하고 있는 네온사인 가운데로 곤두박질친 뒤, 짧은 디졸브와 함께 투시되어 수잔이 술에 취해 혼수상태로 쓰러져 있는 나이트클럽 안으로 들어간다. 이 쇼트에서 카메라의 이런 투시적인 이동은 사생활에 대한 잔인한 침해와 기자가 봉착하는 장애물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으로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4) 달리(dolly)

 

  가끔 트래킹 쇼트(tracking shots)라고 불리는 달리 쇼트는 움직이는 일종의 이동차(달리)에서 찍힌다. 달리 쇼트는 한 씬에서 나오거나 또는 들어가는 움직임을 생생하게 잡기 위해 시점 쇼트를 쓸 때 유용한 기법인데, 만약 배우가 향하는 목적지 보다 움직임 그 자체의 경험이 중요하다면 감독은 달리를 사용할 가능성이 더 많다. 그래서 배우가 무엇을 찾을 때 시간을 끌게 되는 시점 달리는 수색의 서스펜스를 연장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달리 쇼트의 가장 일반적인 용도 가운데 하나는 직접적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무엇을 드러내어 강조하는 것인데, 카메라가 서서히 한 인물의 뒤를 따라갈 때 관객들은 그렇게 따라가면 무엇인가 발견되리라고 암암리에 추측하게 되고 감독은 이를 이용해 다양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5) 핸드 헬드(hand held)

 

   1950년대에 새롭고 가벼운 핸드 헬드 카메라가 완성됨으로서 감독들은 더욱 유연하게 씬의 안팎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원래는 기록 영화감독들로 하여금 거의 모든 장소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사용되던 이 카메라는 많은 극영화 감독들에 의해서도 급속히 채택되었다. 핸드 헬드 쇼트는 변화가 많고 거칠다. 카메라의 흔들림 또한 무시하기 힘들지만 특히 근접된 범위에서 찍힌 쇼트의 경우 화면은 쇼트의 흔들림을 과장시킨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감독들은 주로 시점 쇼트에 핸드 헬드 카메라를 사용한다. 

 

2. 인물의 움직임

 

  1) 움직임의 방향성

 

  어떤 영화는 움직임의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 공식적인 방향성을 가진다. 전쟁 영화에서 퇴주할 때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공격할 때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게 한다던지, 두 연인의 애정 행각에서 왼쪽으로 움직일 때는 상호 진전된 모습을, 반대로 오른쪽으로 이동할 때는 둘 사이의 거리감, 갈등 등을 기술하는 것으로 의미를 둔 영화도 있다. 이러한 일관성 있는 원칙을 무시하면 그 영화에 대한 주인공의 연관성을 이해하기가 조금 어렵게 된다.

   또한 카메라를 향해 인물들이 다가오는 것은 보통 공격성을 암시하는 반면 카메라에서 물러나는 움직임은 패배성을 암시한다. 위험, 용기, 중요성의 감소 등이다. 액션 영화 장르에서는 일반적으로 직선적 동작을 강조하기 위하여 영상의 깊이감을 제거한다. 직선적 동작은 스피드와 명쾌함, 박진감 등을 강조한다. 그러한 쇼트들은 보통 짧은데, 이는 화면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가는 시간을 될 수 있는 대로 작게 유지하기 위함이다. 이와 같은 쇼트들은 주로 추적 시퀀스에 사용되며 급속도의 리듬으로 편집된다

 

  2) 움직임의 상징성 

 

  영화에서 어떤 형태의 움직임들은 고유한 상징 그 자체이다. 영화 감독들은 죽음, 정신적 마비상태, 탈진, 허기 따위의 개념을 나타낼 때 흔히 움직임의 정지, 또는 미세한 동작을 사용한다. 그러한 경우 남자를 위로해 주는 여자의 팔처럼 조그만 동작은 심화되고 상징적인 중요성을 띨 수도 있다. 

  심리 영화에서는 인물의 움직임이 화면의 깊이감을 더했다 감소시켰다 하는 수법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특히 지루함, 허무감 등을 묘사하는 데에 적격이었다. 이러한 유형의 쇼트들은 무언가 호기심을 갖게 하는 세트를 요구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인물의 행동이 끝나기도 전에 벌써 인물의 목표를 알고 지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둡고 긴 호텔 복도에서 자신의 연인을 찾는 여주인공에게서 우리는 심리의 허무함을 읽을 수 있다. 끝이 없이 연속되는 문과 의자들 그리고 어두움은 그녀가 경험하고 있는 좌절감의 반복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3) 움직임의 극적 효과 

 

  관객은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영역을 향해 카메라가 투사된다고 믿고 있다. 즉 영상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화면 구도상 중앙에 제일 가깝게 위치한다는 것이다. 감독은 이를 이용해 화면 구도의 밖에서 중심으로 점점 들어가는 움직임을 하게 함으로써 관객을 놀라게 하는 쇼크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또한 밖으로 튀어나온 움직임은 폭발하는 감정, 즉 기쁨이나 황홀한 느낌을 전달시켜 주는데, <프랜치 커넥션 French Connection>에서 진 해크만이 도망가는 범인을 총으로 죽이는 씬은 이를 적절히 이용해 극적인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쫓고 쫓기는 격렬한 추적의 클라이맥스에서 주인공(진 해크만)에게 대단히 경멸을 주었던 범인을 총으로 쏘아 죽인다. 카메라가 주시하는 계단으로 도망쳐 올라오던 범인이 총을 맞으면서 보여주는 그 터지는 듯한 움직임은 희생자의 몸을 파열시키는 총알과 그동안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모욕을 받아온 주인공에게 해방감을 안겨다 주는 상징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시퀀스에서 꾸준히 쌓아 올린 극적 긴장감을 한꺼번에 방출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주인공에 동화되어 남을 죽이는 장면에서 희열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참고 문헌]

 

1. 영화 예술 (데이비드 보드웰, 크리스틴 톰슨/ 주진숙, 이용관 역) - 이론과 실천 

2.영화의 이해 (L. 자네티/ 김진해 역) - 현암사

3. 영화학, 어떻게 할 것인가 (자끄 오몽 外/ 강한섭 역) - 열린 책들

4. 영화학 입문 (장 꼬레 外/ 김정옥 역) - 영화진흥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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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형식과 닫힌 형식

열린 형식과 닫힌 형식은 일반적으로 예술, 비평가 및 역사가들에 의해 사용되어왔다. 즉 언제부턴가 이 용어가 들어온 것은 영화 분석을 위해 유효한 용어라는 자각에서부터 였다. 대부분의 이론적 전개처럼 이것은 절대적인 의미보다는 비교적인 의미로 가장 잘 쓰이고 있다. 실상 형식에 있어서 완벽하게 열렸거나 닫힌 영화는 있을 수 없다. 단지 그러한 경향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뿐이다. 다른 비평 용어들처럼, 열린 형식과 닫힌 형식은 그러한 개념들이 영화에 진실로 존재하는 것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때에만 응용 가능한 것이다. 

 

1. 화면 구성에서의 열린 형식과 닫힌 형식 

 

  화면 구성에서의 열린 형식과 닫힌 형식은 기술적인 면에서의 스타일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리얼리티를 담는 자세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열린 형식과 닫힌 형식은 감독의 예술적 설계와 그의 철학적 세계를 결정하는 도구이다. 두 용어는 또한 사실주의와 표현주의의 개념과도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실주의 영화감독들은 열린 형식을 사용한다. 반면 대부분의 표현주의 영화 감독들은 닫힌 형식을 지향한다. 또한 열린 형식은 스타일상 섬세한 반면에, 닫힌 형식은 일반적으로 자의식적이다.

 

  1) 열린 형식의 화면 구성

 

  사실주의 감독들이 선호하는 열린 형식은 넓은 외적인 현실을 의미하는데, 디자인과 구도는 대체로 우연적이며 비형식적이다. 과다한 균형과 계산된 조화는 자발적인 효과를 위해 피해졌고, 다큐멘타리 미학에 영향받은 나머지 열린 형식의 영상은 정돈되었다기보다는 그 상태로의 '발견'에 차라리 가깝다. 또한 열린 형식의 정사진은 거의 그림이 되지도 않고, 미학적이지도 않다. 대신에 그것들은 진실의 한 순간, 즉 변하는 시간 가운데서 재빨리 포착된 스냅 쇼트와 같은 인상을 준다.

  열린 형식의 화면에서는 프레임이 덜 강조된다. 그건 더 중요한 지식이 구도 바깥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쇼트에서 공간은 연속되고 프레임 바깥의 연속감을 강조한다. 감독은 일반적으로 연기자를 따라다니며 그들의 행동을 무계획적으로 여과 없이 담아낸다. 그래서 액션 영화에서의 열린 형식은 우연히 촬영된 뉴스 영화 같은 장면을 연상시킨다. 열린 형식에서의 이러한 임의적 카메라 사용은 자유, 자발성, 우연성 등을 의미한다.

 

  2) 닫힌 형식의 화면 구성

 

  표현주의 감독들은 닫힌 형식들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건 자아폐쇄적인 세계를 암시한다. 때때로 기괴한 인물을 강조하기 위해서 닫힌 형식의 영상들은 효과면에서 더욱더 자의식적으로 세련되어 있다. 선, 형태, 질감, 디자인의 아름다움은 기술적으로 잘 꾸며져 있으며, 종종 일상의 현실에서 거의 나타나지 않는 고도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창출하기 위해 풍부하게 조작되어 있다.

  닫힌 형식에서 프레임이란 충분한 조화의 형식적 요소들로 이루어진 일종의 자기만족적 모형의 세계이다. 비록 프레임 바깥에 더욱 많은 지식이 있다 할지라도, 주어진 쇼트의 시간동안 이러한 지식은 시각적으로 무의미할 뿐이다. 또한 닫힌 형식은 카메라가 행동을 기다린다. 심지어 극 중 인물이 프레임 내에서 어떤 공간을 향해 움직이기 전에 카메라는 그들이 갈 곳을 미리 아는 듯하다. 마치 그들을 가다리는듯이… 어떤 의미에서 임의적인 카메라 설정은 행동을 미리 예견한다. 그러므로 그건 사로잡힘, 운명, 절망감 등을 암시하기도 한다. 

 

2. 내러티브에서의 열린 형식과 닫힌 형식

 

  흔히 영화에 있어 내리티브는 주어진 플롯에 의하여 ‘질서/ 무질서/ 회복’의 선형적인 유형을 띄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요한 사건들의 정보와 인물의 성격을 명백히 해주는 도입부를 거쳐, 얽히고설킨 사건들을 지연시키거나 속이거나 풀어나가면서 관객의 장기적인 기대를 만들어내는 전개부를 지나면, 영화는 단순한 정지가 아니라 ‘끝’이 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추리물에서 단서들은 한두 개의 의혹만 남기고 다 풀린다. 혹은 웨스턴/서부 영화의 절정에서 두 사람 중 하나가 죽으리란 걸 우리는 알고 있으며 그것은 최후의 대결로 이루어진다.흔히 결말은 인과 관계의 고리를 풀거나 ‘끝맺는다.’ 주인공은 이기고 모두가 그 후로는 행복하게 살고, 우리의 기대는 마침내 만족되는 식이다. 이러한 내러티브 유형을 바로 ‘닫힌 형식’의 내러티브라고 말하는데, 여기서 ‘닫힘’의 개념은 종결을 의미한다.

  그러나 모든 영화가 그러한 완결성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홍상수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나 박광수의 <그들도 우리처럼> 같은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결말은 비교적 열려질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최종적 결과의 본질이 무엇인지 불확실하게 스토리 사건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열린 형식’의 내러티브는 닫힌 형식의 내러티브보다 관객에게 더 많은 상상의 자유를 주며 여운을 남기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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